5화. 주택가를 위협하는 ‘배 건축’의 현장고발

전진삼의 건축탐정 AQ (인천 편)

 

 

 

“ship-building”. 조선, 조선학(造船學), 조선술, 조선업에 해당된다. 속명 배 건축.

“naval architecture”. 조선학 혹은 해양건축. 선박의 외부 형태와 내부 공간 디자인의 업역을 다룬다. 고도의 공학적 배경지식과 공간해석의 능력을 요구하는 학문을 일컫는다.

이 둘은 ‘배를 건조한다’는 동일한 의미를 함의하고 있지만 전자는 대중의 곁에서 다소간 의미가 전도되어 사용된다. 배를 닮은 건축, 즉 배 건축이 그렇다.

 

제법 건축탐정사무소 소문이 퍼져서 그런지 가끔 인터넷 게시판에 곤란한 문의가 접수된다. 가로변에 배의 형상으로 세워진 건물을 재밌어 하는 사람들로부터 저걸 무슨 건축으로 불러야 하느냐는 질문이다. 딱히 준비된 답변이 없어 고개를 갸우뚱 할 요량이면 으레 유식한(?) 그들은 “ship-building”을 연호한다. 바로 그겁니다 하며 가볍게 동조를 해주면서도 왠지 찝찝하다. 어휘의 본령을 넘어선 까닭이다. 이상한 것은 저들 대개가 배 건축을 경멸하지 않는다는 것. 왜일까? 배라는 이미지의 친숙함 때문인가?

 

그들의 명명은 바다의 배와 육지의 건물을 동시에 상징하는 “ship-building”을 특별한 고민 없이 혼용함으로써 전문가들의 의표를 찌르곤 하는 것이다. 가볍고 위태하지만 적절한 어휘로 문화를 현상하는 저들의 능력에 박수를 보낸다.

 

저들이 보았다고 말하는 배 건축은 대부분 유원지 부근 혹은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상업지역 일대에 위치한다. 다들 그럴 거라고 믿고 있으리라. 업종은 대중음식점이 주종을 이룬다. 해산물집이 주류고 때론 자장면집도 비주류로 등장한다. 특기할 것은 이 같은 건물이 바다를 끼고 있는 대도시에 다수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런 연유로 보자면 인천과 같은 항구도시에선 풍토성, 지역성을 대변하는 건물의 한 스타일이라고 강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뭔가 수상하다. 연안도시와 배 건축이라니.

 

조사팀 AQ-1이 땀을 뻘뻘 흘리며 사무실로 돌아왔다. 이틀째 배 건축의 현장을 탐사하고 있는 중이다. 어쩌면 인천건축의 아우라를 발견하는 소득을 건질 수도 있겠다며 3명이 한 조를 이루어 조사에 임했던 참이다. 자리에 앉자마자 이들은 흥분된 어조로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처음 저희가 방문한 곳은 송도국제도시로 가는 해안도로변의 ‘소나무향기’라는 건물이었습니다. 그나마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에 위치했다는 것이 다행이었죠. 건물의 외부도 형태적으로 완성도가 높았다는 긍정적인 면은 있었습니다. 연수구의 서쪽 입구에서 랜드마크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배 건축의 형상이 인상적이었어요.”

 

서구 스타일의 낭만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 건물은 엘도라도라는 이름으로 처음 알려졌었고 몇 해 전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조사원들은 건물의 모습과 일치하지 않는 현재의 이름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AQ-1은 남구 문학동에 위치한 ‘목장놀이’를 입에 올리면서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찬찬히 들여다본 사진 속에 조사원들의 분노의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주변일대는 저층 주거지로 근생 건물과 3〜4층 다세대주택이 비교적 높은 건물이었다.

 

“마치 대형 폭풍을 맞아 좌초된 배가 주택가에 떠밀려온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경관에 대한 상식이 통하지 않는 아찔한 장면이 아닐 수가 없었어요. 아니, 어떻게 주택가 한복판에 저 같은 건물의 횡포가 자행될 수 있었을까요?”

 

학익동에 위치한 ‘해피아일랜드’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상황임이 확인되었다. 인근에 교회가 있으며, 뒤쪽으로 저층 아파트가 위치해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규모가 작은 탓에 ‘목장놀이’에서만큼 폭압적이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여전히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못하며 어색한 느낌을 주는 것은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AQ-1의 탐사노트에는 그 외에 서너 개 배 건축의 현장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공통적으로 배를 본 딴 형상을 갖추고 있었지만 앞의 경우들과 마찬가지로 주변을 고려하지 않는 전형적인 상업건물의 모습을 띄고 있는 것이었다.

 

건축의 야만성으로 중무장한 이들 배 건축의 현상을 보는 일부의 시각은 짐짓 개성적인 건축의 일단으로 묵인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의심 없이 인천건축의 한 특성으로 말이다. (계속)

 

나오는 사람

조사팀 AQ-1(실명 장대웅, 최근용, 김영욱)_현재 인하공업전문대학 건축학과 3학년 재학 중. 본문 중 ‘배 건축’ 현장사진은 이들이 찍은 것이다.

 

[인천신문, 제317호, 2007년 7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