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현장 수업, 당신이 본 것을 말하라

제1차 <W-아키버스> 잠행 보고서

 

 

이 정부가 벌써부터 레임덕 현상에 빠진 것처럼 보인다. 국민여론의 질타를 무색하게 벌여온 4대강 개발 사업에 이어 지천 개발 사업을 서두르고 있는 모양새다. 일찍이 학계와 시민종교단체가 하천 대개발의 난맥상을 지적하며 한반도 대운하계획을 반대했을 때도, 4대강 살리기 개발사업보다 지천의 정비가 우선이라고 주장했을 때도 꿈쩍 않던 이 정부가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이제 와서 4대강 지류, 지천 개발의 타당성을 앞세우며 저간의 주장을 슬그머니 덮어버리는 수작을 펴고 있다.

 

오늘 새삼스럽게 이 정부가 벌여온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식자층의 입장을 환기시키는 것은 국민 일반이 개발사업의 현장에 발을 딛고서서 분명하게 자기 판단을 세우기보다 체제지향적 미디어의 속성에 가려져 알권리를 봉쇄당하고 있는 작금의 일방향적 언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함임을 글의 서두에 밝힌다.

 

지난 3월 26일(토) 낮, 전국의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시민·종교·대학을 아우르는 단체와 기관 및 개인들 1천 5백여 명이 낙동강 내성천 회룡포에 집결하여 범국민 저항 퍼포먼스 <333프로젝트>를 가진 바 있었다. 4대강을 그 모습 그대로 놔둬야한다는 SOS(Save Our 4 riverS) 이벤트였다.

 

W-아키버스 일행이 낙동강 상류 경천대 일대를 지나면서 목격한 들판은 푸르른 봄단장으로 생기가 돋아야 할 평야지대가 온통 준설토 흙무덤으로 곳곳이 산을 이루며 시름하고 있었다. 하천의 수심을 깊게 하고, 굽이져 흐르는 하천의 물길을 직선으로 펴고, 하천의 폭을 넓히는 과정에서 파헤친 강바닥의 모래와 흙을 쌓아 방치한 들녘은 말 그대로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것이었다.

 

창조질서를 거스르는 4대강 사업의 현장을 두 눈으로 목격하고서야 비로소 이 정부의 비뚤어진 개발논조의 부당함을 확인하게 되는 일행의 게으름을 탓하는 것은 잠시 묻어두기로 하자. 그보다는 이참에 우리 건축인들의 의식 속에 잔존하는 대사회적 주요 사안에 대하여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태도(나는 그것을 ‘양파’적이라고 정의하는데)에 대하여 일갈하지 않을 수 없다. 의식의 좌편향과 우편향을 두둔한다기보다 이쪽도 저쪽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를 지키고 있는 건축인 다수의 몰경향성이 작금의 건축인(사)에 대한 사회적 지위 보장 선언의 달콤한 유혹이 얼마나 자기기만적인 가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4대강 사업의 진실을 외면하고, 이 정부가 들이대는 개발사업의 아이템 나누기에 연연하는 건설 마인드에 휩싸여 있는 작금의 건축계 분위기를 싸잡아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다. 저들이 당장의 생존을 위해 무슨 일이든 맡고 보자는 식으로 덤벼드는 데에는 나름 타당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축계 인사 모두가 같은 입장에 있는 것은 아닐 터, 중앙정부가 하는 일에 비정치적 입장만을 고수한 채 견해조차 드러내지 못하고, 일반 시민과 종교 단체가 동참을 권유하는 이유 있는 연합된 행동마저도 나몰라라 방기하는 식의 태도는 해도 너무한 것 아닌가 말이다.

 

이 대통령은 2008년 6월, 국민의 반대에 부딪혀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철회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2009년 4월 당시의 운하 취소 발언이 포기가 아니라 연기의 의미를 지니는 것이었다며 작금의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말만 바꾼 채 기어코 한반도 대운하 건설의 밑그림을 실행에 옮긴다. 정부가 밝힌 바에 따르면 2009년 9월부터 2012년까지 총 22.2조원(본사업비 16.9조원, 연계사업비 5.3조원)을 들여 물부족 사태와 대규모 홍수를 대비하고, 4대강 수질을 2급수로 개선하며, 지역경제활성화를 사업의 목표로 한다고 하였다.

 

이에 하천 관련학계의 양식 있는 학자들은 정부의 사업목표가 잘못된 것임을 반박하였다. 첫째, 우리나라는 물부족국가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2006년 수자원공사가 발표한 연구자료에 따르더라도 최대 가뭄 때를 제외하면 물부족은 거의 없고, 만일의 경우 물이 부족한 지역은 지역간 이동을 통해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는 내부 보고도 있었다. 정부는 우리나라가 UN이 지정한 물부족국가라고 국민을 호도한 바 있는데 이 또한 거짓말임이 드러났다. UN이 공식적으로 그런 자료를 내놓은 적이 없었음이다.

둘째, 4대강 사업이 홍수예방에 주효하다는 주장의 무모함이다. 우리나라에서 홍수피해가 높은 지역은 4대강 본류와 상관없는 남동해안, 낙동강 하류, 강원 산간지역이다. 홍수는 산간계곡, 중소하천, 배수가 불량한 도시지역에서 발생률이 높다. 특히나 현재의 4대강 본류의 정비율은 97%에 달해 거의 모든 구간이 정비가 완료된 상태라는 2006년 국토해양부 내부자료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셋째, 수질개선이 아니라 오히려 악화시킨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대강의 현장, 즉 낙동강하구, 금강하구, 한강하구는 철새들의 주요서식처로서, 다양한 습지를 지니고 있다. 이는 이들 강이 자연정화를 통해 양호한 수질을 유지하고 있다는 증좌이기도 하다. 오히려 정부가 4대강 사업을 통해 강바닥을 준설하고 20개 이상의 수중보를 설치하여 물의 흐름을 막는 것이 수질을 오염시키는 주요원인자이며 궁극적으로 강의 생명줄을 끊는 무자비한 행위임을 밝히고 있다.

넷째, 지역경제활성화를 주장하는 배경에는 4대강 주변에 들어설 인공시설물과 위락시설의 건설로 인해 수익모형을 창출한다는 논리인데 그 이전에 4대강 주변의 자연공간과 문회유적이 훼손, 수몰되는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 높다는 것을 무시하고 있다. 문화재 지표조사가 허술하게 진행됐다고 하는 증표는 낙단보가 건설되고 있는 현장의 천년 마애불 훼손 상태를 보면 두말이 필요 없을 정도다.

 

애당초 4대강 사업을 통해 35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정부의 주장도 실제로는 1만 개의 일자리 창출도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당장 사업 현장에는 특수장비인 포크레인과 대형 트럭의 행렬만 이어지고 있었다.

 

우리보다 일찍이 하천의 댐을 건설했던 선진각국의 경우, 최근의 경향은 기왕의 건설된 댐을 없애고 자연하천으로 복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수질을 회복하고 생태계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책인 것이다.

 

그럼, 현재 4대강 사업을 철회해야한다고 주장하는 범시민 종교 단체 및 대학 내 학자들의 주장은 무엇인가? 그것은 당장에라도 사업을 전면 중단하고, 기 공사 진행된 수중보를 철거하자는 논리다. 대다수 국민은 현재 건설되고 있는 20여개 수중보가 완공되었을 경우, 유지관리비로 쓰여질 비용이 매년 6천억 원을 상회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국민의 혈세를 밑 빠진 독에 들이붓는 격이 아닐 수 없다. 아무 것도 모르는 후세들에게 너무나 큰 짐을 안기는 꼴이다. 이 같은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물부족을 막고, 강의 수질이 개선되고, 홍수를 막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것도 아니라면 이는 크게 잘못된 접근이다. 그에 비해 기 건설된 수중보를 철거하는 비용은 1년 유지관리비의 극히 일부만 가지고도 가능하다는 산술적 제안이 나와 있다. 또한 이미 파헤친 강바닥은 스스로 제 모습을 찾아가기까지 지난한 시간을 기다려주어야 하는 과제도 남기고 있다.

 

우리는 최근 일본 동북부지역 후쿠시마에서의 대지진과 쓰나미 그리고 원전 피해를 통해 대자연의 재앙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 가를 간접적으로 경험했다. 오늘날 다반사로 발생하는 천재지변도 알고 보면 인재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화석연료에 기대어, 화석문화에 편승해 살아온 인류의 현재가 위험한 수위에 도달하고 있음이다. 바로 이러한 때에 우리는 그나마 잘 지켜온 자연하천과 자연공간을 사지(死地)로 내몰고 있다. 삽질의 철학이 정치적 판단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다고 한들 자연의 질서에 맞서서 당장의 이익에만 연연하는 리더십은 얼마나 위험천만한 것인가! 더욱이 이 같은 대자연의 붕괴를 획책하는 4대강 사업의 정면을 바로 보지 못하고, 뒷짐 진 채 남의 일로 전전하는 우리 건축인 다수는 또 어떠한가!

 

[전진삼, <와이드AR> 21호, 2011년 5-6월호, WIDE FOCUS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