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삼의 건축탐정 AQ (인천 편)
그렇다. 건축가들에게 운명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울 정도라면 그의 건축은 이미 ‘아트’다. L 특유의 화술로 바작 뜬 용어, 아트(Art). 인천출신 젊은 건축가 가운데 최고의 아트를 즐기는 이가 있다. M. 포르노건축의 명인, 에로티시즘 공간구축의 달인, 건축영화감독, 아트디렉터, 신비주의적 건축가 몽상가 등등 그의 명함은 30대의 정점을 향하며 한층 복잡하게 엮이고 있다.
“M의 작업은 치기 어린 장난이다. 그의 드로잉은 어린 시절에 보던 애니메이션을, 그의 모형들은 소년 잡지에 부록으로 끼워주던 조립식 장난감을 닮았다. 일감이 없을 때, 드로잉으로 쓸 데 없는 건축을 공상할 때 그는 영락없이 공작에 몰두하며 저만의 세계 속에 빠져드는 어린 아이다.”(진중권, ‘엘리스의 꿈’, 월간 《공간SPACE》)
M은 늘 재미있는 것을 찾아 나선다. 어쩌다 전화가 연결되면 따라붙는 말이 “재밌는 것 없어요?”다. 재미. 세상을 편하게 사는 사람의 전형이라고 할까. 궁벽주의자들의 적, 재미를 탐하는 그야말로 탐미주의자다. 진중권은 그의 건축을 디지팝이라고 말한다. 디지털 시대의 팝아티스트 M. 그의 건축은 종종 ‘자극적이고, 현란한 원색, 도발적인 상상력, 기호학적 표현, 기괴한 건축망상, 통속적 이미지의 차용, 패러디, 고급예술과의 기생, 성적 은유와 판타지, 진짜 가짜, 광적인 자기도취와 유희’(박성진, 저널리스트)로 정리되곤 한다.
그의 건축동선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공사 중인 건축현장에서의 깜짝 누드쇼. 퍼포먼스다. 건축의 원형에 다가서는 M만의 이벤트. 그는 사진기를 들고 여성 누드모델의 뒤를 쫓는다. 그런 과정 모두가 M의 건축을 완성시키는 중요한 제의다.
오래 전에 10일 동안 10인 건축가의 릴레이 개인전을 기획했었다. 단 하루만의 개인전(Architecture & I, 2001년 11월 6일, 전시명: CHORA-TAO)에 그의 순서는 일곱 번째, 그의 전시장은 온통 붉은 빛의 포르노만화방 그 자체였다. 향내 그윽한 포르노 공간은 밀교적 공간 이상이었다. 전시장 내의 남녀 공용 화장실에 캠코더를 설치하고 노출증 환자의 극락을 표방하기도 했다. 더러는 태연하게 극락행을 즐기는 관객까지.
그의 건축에는 엘리트란 의식은 사상된 지 오래다. 그보다는 유치찬란한 잡동사니의 건축을 추구한다. 치마를 두른 건축, 망사스타킹의 건축, 날아다니는 슈퍼 건축.
“과거에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오랜 동안 병원에 입원했던 때 아름답고 따뜻한 간호사와의 로맨스 이야기가 기억났고, 뭇 남성들이 간호사에게 갖는 판타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스탠드바에 간호사들이 서 있고, 긴 곡선형 테이블 주위로 늘씬한 바의자들이 놓여 있는 공간.” 경기도 일산 장항동에 그가 설계한 신경외과병원은 “쭉쭉빵빵한 간호사들이 서 있고, 풍만한 소파들이 자유롭게 놓인” M 특유의 색깔이 묻어나는 건축공간으로 구현되어 있다.
지금까지 11개의 작업을 수행했다는 M. 청년시절 한 때를 보냈던 인천엔 정작 그의 작업이 없다. 명품을 만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인천에 그의 작업이 성사된다면 그는 무슨 상상을 하고 있을까?(계속)
나오는 사람
M(실명 문훈)=1968년생, 지질학자인 아버지를 따라서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청소년기에는 호주 타즈매니아 성의 호바트에서 보냈다. 귀국하여 인하대학교 건축학과에 입학, 졸업 후 곧장 도미 MIT 건축대학원에서 수학했다. 단 1호로 끝난 도시계간지 《시티몽키》 창간작업의 아트디렉터 및 건축이 주제가 된 몇 편의 단편영화를 찍기도 했다. 2006년 ‘상상사진관’으로 한국건축가협회상을 수상했다.
[인천신문, 제287호, 2007년 6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