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축하 메시지]

<와이드>가 앞으로 해야 할 이야기

김원(건축가, 광장건축 대표)

 

저는 오래 전부터 건축잡지를 보지 않습니다. 최근 한국에서 건축전문지들은 방향을 잃고 헤매는 것 같습니다. 잡지를 만드는 일은 문화운동을 하는 것이고 건축잡지는 건축운동의 도구입니다. 잡지는 사람들을 의식화하고 그 의견들을 모아 한 곳으로 이끌어야 합니다. 우리는 무슨 이야기를 하려면 자신이 우파냐 좌파냐 신우파냐 중도좌파냐 그 이념적 성향을 먼저 분명히 해야 한다고 봅니다. 중도통합 도전도 좋습니다. 교종인가 선종인가는 분명해야 합니다. 잡지(雜誌-magazine)라고 해서 백화점에 상품 진열하듯이 그냥 모든 사람이 한마디씩 하는 자리라면 다른 것을 하는 게 낫습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이 왜 잡지를 만드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치 건축교육이 방향을 잃고 있듯이, 마치 건축정책이 방향을 잃고 있듯이, 마치 건축가들이 방향을 잃고 있듯이. 잡지들이 꼭 그런 것 같습니다.

이런 때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방향을 제시해야 할 사람들이 건축평론가들인데, 우리의 제도권평론은 아무리 읽어봐도 무슨 철학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자신들도 모르면서 떠드는 철학자들 같습니다. 그들은 함께 모여서 이야기해도 갖기 다른 이야기들, 즉 자기 이야기만 하고 헤어집니다. 이것은 마스터베이션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그들 모두가 서로 상대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작가를 인정하지 않고 다른 평론가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러고는 현학적 화두와 거대담론에 목을 매고 있습니다. 그것이 순혈주의일는지 모르겠으나 이와 같은 근친교배는 멸종의 지름길입니다. 이종교배를 통해 잡종강세가 나타나듯이 여러 가지 시도가 필요합니다.

먼저 건축이 무엇인가, 우리시대의 건축이 무엇인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부터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공간지로부터 포아를 거쳐 오래 건축의 이런 문제들을 생각해 온 전진삼씨가 이런 갈증들을 풀어주리라 믿습니다.

 

<와이드>란 이름처럼

임창복(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2008년 신년을 맞이하여 건축계에는 새로운 저널 <와이드>가 탄생되었다. 여러모로 척박한 건축계의 환경을 생각할 때 무엇보다도 먼저 따뜻한 축하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제법 적지 않은 건축저널들이 발간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이들이 이 시대 한국의 건축을 담아내는 그릇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우선 소수의 잡지를 제외하면 그 내용이 비슷비슷하다는 평가가 있다. 그러다 보니 저널의 숫자는 많아도 건축계의 다양한 과제나 깊이 있는 내용을 골고루 담아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건축계는 시대적 담론을 만들어 내는 데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잃은 채 표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가 될 때가 적지 않다. 아마도 이것은 건축저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데에서 초래된 측면도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MIT에서는 <회색지대(Grey Room)>라는 건축저널을 발간하고 있다. 잡지의 제목을 <회색지대>로 한 것은 오늘날 건축의 주제는 이전에 관심을 가졌던 대립(Oppositions)이나 조립(Assemblage)의 차원을 넘어 예술(Art), 미디어(Media) 그리고 정치(Politics)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분야에 걸쳐 있음을 의미한다.

이제 새로이 발간되는 저널의 이름을 <와이드>로 한 것은 이런 면에서 매우 적절한 표제인 것으로 보인다. 세계 건축의 변화는 물론 동아시아의 작지만 새로운 몸짓 그리고 나약하지만 이 땅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움직임에도 귀를 기울여 건축계를 이끌어가는 건축언론이 되기를 기원하며 다시 한 번 발간을 축하드린다.

 

불안한 용기를 부추기다!

이일훈(건축가, 후리건축 대표)

 

불안하다. 요즘 세상에 잡지를 그것도 건축 잡지를 새로 시작한다는 것은 무조건 축하할 일이 아니다. 활자의 몰락을 우려하는 출판계의 근심이 드리우고, 자본의 흐름만을 좇아가는 건축계의 실상을 알면서 창간을 축하하는 마음에 어찌 염려가 없겠는가.

잡지는 생산과 소비의 속도가 가장 빠른 책이니 시류의 급물살을 건너는 셈이다. 잡지(雜誌)의 誌는 말(言)과 뜻(志)을 갖는다. 다시 말(言)은 칼과 입을 뜻하고, 뜻(志)은 마음과 기록한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좋은 잡지를 꿈꾸면 칼 같은 말을 해야 하고 마음에 있는 것을 기록해야 한다. 칼 같은 말은 세상에 유익하고 마음담은 기록은 역사에 필요하다.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가. 그러나 시장에 나선 잡지가 의미를 앞세우는 일은 불안하다. 시장은 한마디로 장사판이라서 팔리는 책만 살아남는다. 시속의 독자가 칼 같은 말과 마음의 기록에 얼마나 반응할지 모른다. 그래서 더 불안하다. 세상은 지루한 의미보다 의미 없는 흥미를 탐한다. 물살에서 발 빼지 않는 한 탁류를 탓할 수 없을 테니 더 더욱 불안하다. 나는 당부한다.

신념을 갖지 말라. 소신도 갖지 말라. 가치관도 갖지 말라. 그것들은 모두 부러지기 쉽다. 갖는다면 신념도 소신도 가치관도 모두 질기게 살아남을 유연함을 그 앞에 세우라. 그렇다면 불안도 힘이 되리니. 불안한 용기를 부추긴다.

 

좋은 건축, 좋은 도시를 위한 풀뿌리로

김진애(대통령자문 건설기술․건축문화선진화위원회 위원장, 카이스트 미래도시연구소 겸임교수, 서울포럼 대표)

 

새로운 건축잡지 <와이드> 창간을 축하합니다.

건축은 위기는 위기입니다. 지난 2년 건축분야 최초의 대통령 자문기구였던 건설기술건축문화선진화위원회 위원장으로서 건축 분야 최초 국책연구기관인‘건축도시공간연구소’를 설립하기도 했고‘건축정책’을 수립하는 법적 근거가 되는 ‘건축기본법’을 지난 11월 22일 입법화되도록 했지만 그리 장밋빛은 아닙니다.

여전히 현장은 위기라고 봅니다. 일감이 많아졌고 이른바 고급대형 일감이 많아졌다고 하나 세계자본주의, 거대자본 개발의 바람을 탄 거품 현상, 그리고 그런 드센 바람을 같이 타지 못해서 안달인 정부와 지자체들, 그 속은 허하디 허합니다.

스타 마케팅이 뜨고, 기획부동산이 뜨고, 이 와중에 좋은 건축, 좋은 도시에 대한 토론조차 실종되는 세태가 참 허탈합니다. 건축도 패션 산업이 되어 버리고 기공식과 준공식과 ‘사진 한 장’이 되어버리는 현상 자체를 원천적으로 부정할 생각은 없습니다마는, ‘그것만이 아닌데…’하는 마음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살아남기 위해선지 번영을 위해선지, 시장 양극화가 엄연해지는 현실에서 자체 경쟁력을 키우고 자생력을 키우는 풀뿌리 바탕이 줄어드는 것이 무척 걱정입니다.

젊은 건축인들의 희망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 지, 과연 생존할 수 있을지, 자생할 수 있을지, 고민이 느껴집니다.

거대한 구조조정의 수레바퀴가 굴러가는 건 분명한데, 과연 지속가능한 체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인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희망을 가집시다. 새로운 도전을 만듭시다. 보통 사람들의 좋은 건축에 대한 바람을 읽읍시다. 세상을 바꾸기는 그리도 어렵다는 것을 미리 인식하고 힘을 기릅시다. 건축인들의 현실감 있는 비전을 기대합니다.

이 어려운 때에 새로 건축잡지를 창간한다니, 그 용기가 존경스럽습니다. 탄생보다 자라기가 훨씬 더 어려운 것을 잘 아는 분들이 끌어가시니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라기를 기대합니다. 모자란 힘 보태고, 모자란 힘 합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창간을 축하합니다.

 

<와이드>에 바라는 몇 가지

변용(한국건축가협회 회장, (주)원도시건축 대표이사)

 

건축리포트 <와이드>의 창간을 축하합니다. 창간 소식을 접하고, 관계하시는 분들이 다름 아닌 지난 1996년 3월 창간되었던 <월간 건축인 poar>를 만드셨던 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더욱 반가웠습니다. 아쉽게도 지금은 더 이상 만나 볼 수 없게 되었지만 건축가의 라이프 스토리라는 연재물을 통해 본인의 건축인생에 관한 글이 실렸었던 인연과 함께 매우 특별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는 잡지이기도 합니다. <월간 건축인 poar>는 당시 일반적인 건축 잡지들과 차별화된 참신한 기획과 더불어 척박한 건축 비평계에 신선한 화두를 제공하면서 크리악 건축상을 제정 수여하는 등, 건축계의 건강한 담론 형성에 기여한 공로가 큰 잡지였습니다. 그런 연유로 이번에 발행되는 <와이드>는 관계하시는 분들의 면면과 그들의 내공, 인적 네트워크 등을 미루어 짐작하건데 기존 건축 잡지들의 관행과는 사뭇 다른 내용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합니다. 오늘날 한국의 건축 저널리즘이 처한 현실과 건축 잡지의 지속적 발행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알기에 많은 기대는 하기 어렵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려 반 기대 반으로 개인적인 바람을 몇 자 적어봅니다.

 

우선 차별화된 <와이드>만의 색깔로 승부하기 바랍니다. 아시다시피 지금의 건축, 인테리어, 조경관련 전문 잡지들의 양적 증가는 외견상 풍요로워 보이나 내용적으로는 한정된 콘텐츠를 두고 유사품만 양산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화려한 편집술에 기초한 외형적 차별화도 서서히 한계에 다다른 듯합니다. 잡지, 즉 영어로‘매거진(magazine)’이라는 말은‘창고(倉庫)’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마치 창고와 같이 다양한 내용을 포함하는 것이 잡지라고 한다면 내용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많은 수의 건축 잡지가 내용적으로 유사하다면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고 봅니다. 앞으로의 상황은 영국 타블로이드 잡지 같은 심심풀이적인 내용을 선호하는 대중으로부터 일부 전문적인 매니아 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요층이 형성되리라고 보며 이미 그런 현상은 도처에서 감지됩니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서면서 발생하는 새로운 독자층과 그들의 욕구를 놓치지 말기 바랍니다.

 

또한 <와이드>를 통해 지금 현재 우리의 모습을 드러내 보여주기 바랍니다. 현실과 유리된 식상한 담론이나 현학적인 허세를 담는 것은 잡지의 본령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바람직한 모습이든 아니든 간에 우리는 지금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엄청난 물리적 환경 변화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자고나면 도시가 탄생합니다. 이와 같은 역동적인 변화 속에서 지금 현재 우리의 모습을 가늠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되었습니다. <와이드>를 통해 우리의 모습을 때로는 차가운 이성으로, 때로는 뜨거운 가슴으로 바라볼 수 있는 창이 열리기를 기대합니다. <와이드>의 인적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지금 현재 우리의 모습들을 다양한 시각화의 틀로 드러내고 저장하는 싱크탱크(Think Tank)가 되어 주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일상 속에서 다양한 모습의 <와이드>를 만날 수 있기 바랍니다. 건축 잡지나 출판업계에 종사하시는 많은 분들이 하나같이 요즘 학생들이나 건축가들이나 할 것 없이 책을 사보지 않는다고 하소연 합니다. 이제는 잡지끼리만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무수한 인터넷의 웹진들, 디지털 매체들과도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전통적인 매체라고 할 수 있는 잡지의 형태로는 분명 한계가 존재합니다. 물론 그럴 때일수록 잡지만이 가질 수 있는 매체적 속성을 극대화 할 필요도 있습니다. 인터넷 신문인 오마이뉴스가 생겨나면서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고 했던 슬로건이 떠오릅니다. <와이드>를 하나의 건축잡지가 아니라 수많은 개체들이 위계 없이 연결된 네트워크상에 존재하는 일종의 허브(hub)로 인식하게 될 때 새로운 가능성이 생겨나리라 생각합니다. 때로는 오프라인이나 온라인상에서, 심지어는 다양한 건축 관련 이벤트 속에서 <와이드>를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이제 건축계에 <와이드>라는 새로운 창이 열렸습니다. 그 창을 통해 바라보게 될 새로운 건축 세상이 무척 궁금해집니다. 건승하시기 바랍니다.

 

또 다시 무거운 짐을 지려는 이들에게 격려와 박수를

이필훈(새건축사협의회 회장, (주)정림건축 사장)

 

전진삼 선생이 잡지를 발간한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간 전진삼 선생과 깊은 교분을 갖지는 못했지만 유학 후 국내에 돌아와 건축비평을 쓰게 되면서 건축저널 쪽의 꽤 많은 사람들과 친분을 갖게 되었다. 그들 중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널리즘의 일을 내려놓고 다른 일을 하거나 연락이 완전히 두절된 사람도 있다. 저널 쪽의 사람들과 교제를 시작한지 2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지금, 아직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 쉽게 표현하기 힘든 복잡한 심정을 갖게 된다. 건축계도 어렵지만 그 어려운 건축계에 기대있는 건축저널의 척박한 환경을 조금은 알기 때문이다. 설계사무소보다도 훨씬 열악한 급여 조건, 일인 다역의 근무 환경, 콘텐츠의 궁핍 등. 경제적 환경이나 근무 조건이 열악하더라도 일반 언론의 기자처럼 이런 저런 종류의 권력이나 명예라도 있으면 견딜 수 있을지 모르지만 건축 자체가 사회에서 아무 권력이 없는데 여기에 종사하는 저널리스트들이 권력이 있을 리 만무하다. 한편으로 건축 전문 잡지가 다루는 분야가 개성 강한 건축물에 한정되기에 기자들이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폐적 증상이 있는 건축가들이다. 대중적 감각에 예민해야할 기자들도 이들의 성향과 유사해지면서 대중성을 상실하고 남들이 이해할 수 없는 언어를 구사하는 전문가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결국 잡지인지 사이비 연구지인지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 만들어지면서 건축 언론은 점점 일반인과 유리되어 경제성이 증발되는 악순환의 고리 속에 갇히게 된다.

요즈음 TV 드라마에서 자기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중견 배우들은 대부분 연극배우 출신이다. 가난하고 힘든 세월을 견디면서 생긴 삶에 대한 깊은 깨달음과 오랜 시간 연기로 다져진 공력은 어떤 역할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한다.

연극 무대와는 조금 다른 상황이지만 중견 연극배우들이 늦은 나이에도 TV를 통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처럼 국내 건축의 발전에 매우 귀중한 한 축을 담당하며 힘든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온 건축 저널리즘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역할을 폭넓게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상상해본다. 어쨌든 힘들더라도 자신의 일을 끈질기게 희생적으로 해나가는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역사는 새로운 궤적을 그려간다. 건축문화의 첨병 역할을 하며 또 다시 잡지 창간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려하는 전진삼 선생과 이 일에 기꺼이 동참하는 후배들에게 건축계의 동지로 애정 어린 격려와 박수를 보내며 건축 관련인들 뿐 아니라 일반 대중이 즐겁게 볼 수 있는 잡지를 만들어 건축 잡지를 통해서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새로운 기록(?)을 남겨 건축 관련 저널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꿈을 심어줄 수 있게 되길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디자인과 환경의 시대, 그리고 <와이드>

오인욱(한국공간디자인단체총연합회 회장, 경원대 실내건축학과 교수)

 

건축리포트 <와이드>의 창간을 축하드립니다.

21세기를 흔히 문화와 디자인의 시대, 환경의 시대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때에 새로운 매체의 역할은 더욱 중요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디자인이야말로 국가산업의 경쟁력과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산업이면서, 동시에 인간의 감성을 충족시키고 우리의 삶의 질을 풍요롭게 하는 또 다른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공간디자인 분야는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보장하고, 국가정체성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와 각 지자체에서도 공간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많은 관련 정책과 사업들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데, 디자인을 통해 문화를 풍요롭게 하고 시민의 삶의 질을 개선시키고자 하는 이들의 의지는 앞으로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환경과 문화의 가치 향상이라는 명제 아래 그동안 공간디자인 분야는 다양한 시공간적 활동의 영역을 구축해 왔으며, 이를 바탕으로 관련 영역은 더욱 전문화, 세분화 되어왔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각 전문영역의 장점과 특성들을 서로 공유하고 통섭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장(場)이 절실하게 필요한 것 또한 주지의 사실입니다.

아마도 <와이드>가 그러한 장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해주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건축 분야뿐만 아니라 공공디자인이나 실내디자인, 도시와 조경에 이르기까지 그 지평을 확장하는 <와이드>가 되길 바랍니다.

<와이드>의 발전을 기원하며 다시 한 번 창간을 축하드립니다.

 

폭넓은 내용의 건축지를 희망하며

김정신(한국건축역사학회 부회장, 단국대 건축학과 교수)

 

디지털시대에 정보의 양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다양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지 위주의 볼거리만 난무하고, 읽고 생각을 하게 하는 글들은 찾기 쉽지 않습니다. 짧지 않은 국내 건축저널의 역사 속에서 건축비평의 정착을 위해 다양한 노력들이 있었으나 비평적 풍토와 여론 형성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텍스트 중심의 잡지가 그 생명을 유지하기 어려운 현재의 상황에서 건축의 실천적인 담론 형성을 목적으로 한 <와이드>의 창간은 참으로 반갑고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그간의 경험을 통해 건축저널의 문제와 현실을 꿰뚫고 있는 분이 발행의 책임을 맡는데다 5년제 건축학 교육체제와 실무건축가들의 설계교육 참여확대, 그로 인한 설계 교육의 업그레이드와 다양한 설계이론의 생산 가능성 등은 건축비평과 저널의 앞날을 다시 기대하게 합니다.

건축비평은 역사․이론과 함께 건축조형을 중점적으로 다루겠지만, 새로운 형태 만들기에 주력하는 건축, 오브제적 성격의 건축들에 경도되지 말고 역동적인 현실과 기술, 행태, 환경에 관한 분야도 폭넓게 다루어주기 바랍니다. 개발과 보존 등 사회적․윤리적 이슈에는 적극적인 개입과 함께 선도의 역할을 다해 주길 기대합니다.

다시 한 번 와이드의 창간을 축하드립니다.

 

[<와이드AR> 창간호, 2008년 1-2월호, 제1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