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심원건축학술상 수상작 당선 소감]

글: 이연경(연세대 학부대학 학사지도교수)

 

감사합니다.

어떤 말로 감사함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으나, 그저 감사하다는 말을 드릴 수밖에 없을 거 같습니다.

 

박사논문을 지도해주신 교수님들, 먼저 연구의 본을 보여주신 많은 선배님들, 논문 쓰는 내내 큰 힘이 되어 준 친구들, 사랑하는 가족들, 그리고 학교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 한 명 한 명, 그리고 늘 제 길을 인도해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 상을 받게 되며 저는 참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었고, 연구 하는 내내 연구 자체의 즐거움을 마음껏 누렸고, 연구를 잘 마무리할 수 있어 감사했는데, 이에 더하여 제 연구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시고 이렇게 좋은 기회까지 얻게 되니 더 바랄 것 없이 행복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건축역사를 공부한다는 건, 참 즐겁고도 매력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도시의 흔적을 하나 하나 살펴보는 것은, 이 땅이 간직하고 있는 시간의 켜를 하나 하나 발견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 가운데, 우리가 잊고 지낸, 아니 어쩌면 너무나도 모르고 있었던 많은 이야기들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하나의 논리로, 이야기로 엮어 내어, 이 도시가 개발 논리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주 소소하고도 일상적인 것들이 쌓여 만들어진 것임을 알리는 것이 건축역사를 하는 저와 같은 사람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인 거류지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가진 켜를 하나 하나 벗겨 내어 보다가 권력자들이 아닌 그냥 보통의 사람들의 도시에서의 삶에 대해 궁금함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그 보통의 삶이 언제 가장 변했을까를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근대문물이 처음 들어온 시기, 즉 20세기를 전후한 시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 시기 신문들을 읽다가 ‘진고개’일대에서 새로운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 찾아보다 보니 일본인들이 대거 그 곳에서 살면서 상점을 열고 한국사람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고, 또 한국인들의 땅을 빼앗기도 하고 한국인들과 싸움을 하기도 하는 등 그동안 잘 몰랐던 그 땅에 새겨진 시간들이 점점 드러나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 지역은 우리가 그토록 지우고 싶었던 ‘일본인’들이 살았던 지역이기에 상대적으로 연구의 주제로 많이 다루어지지 않았으며 남아있는 흔적들도 적은 편이었습니다. 게다가 이 지역에서 일본인들 주도로 만들어진 도시 변화를 연구한다는 것은 ‘식민지 근대화론’에 동조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공부를 하면 할수록 들었습니다. 우리 도시에는 이미 그들이 남겨 놓은 흔적들이 많이 남아 지금 우리 도시를 형성하는 데 크게 영향을 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일본인 거류지를 연구한 것은 오늘날의 서울을, 오늘날의 한국 도시를 조금 더 이해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상을 받음으로써 제가 이 연구를 했던 목적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좀 더 보완하여 좋은 결과물로 만들어 내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학위 끝나고 조금은 나태해져있었던, 자신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몰라 헤매이던 저에게 심원건축학술상은 큰 용기를 주었습니다.

 

큰 용기와 격려를 주심에 감사합니다. 정직하고 좋은 연구자로 살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살아간 소소한 일상들이 모여 만들어진 이 도시의 시간이 가진 가치를 앞으로도 하나씩 하나씩 찾아내어, 그 시간의 가치를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수많은 사건 사고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매일의 일상을 살아갔던, 그리고 현재도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조금 더 기억되는 우리 도시였으면 좋겠습니다.

 

 

[수상자 이력사항]

 

이연경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2002), 동대학원에서 석,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2013)

석사학위 취득 후 진아도시건축에서 건축실무를 경험하였으며(2004-2007),

The Institute of Fine Art at New York University에서 1년간 공부하였다.(2007-2008)

강원대학교와 동양미래대학교, 경기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 등에 출강하였으며

현재 연세대학교 학부대학 학사지도교수로 재직 중이다.

19세기 말 이후 한국의 도시가 겪은 근대화와 식민화의 과정을 보통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도시환경과 건축의 측면에서 바라보는 데에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와이드AR> 39호, 제6회 심원건축학술상 특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