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자 도연정
(43, 건축연구소 후암연재 대표)
먼저 심원건축학술상 수상의 영광을 주신 심원문화사업회와 격월간 와이드AR 및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학위논문의 미진한 부분을 보완하고 다시 하나의 책으로 엮을 기회를 얻게 되니 설레는 마음을 감출 길이 없습니다. 지금껏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본 연구의 큰 줄기는 근대와 부엌입니다. 부엌의 근대화 과정이 아닌, 부엌의 근대성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그동안 부엌에 당연시되었던 효율, 위생, 과학, 경제, 여성 등의 가치가 근대 산업사회의 산물이라는 점, 근대 주거공간을 형성하는 비물리적 요인들을 분석하고자 하였습니다. 근대주거의 발전은 전통과 정반대의 방향을 추구해 온 것 같지만 내면적으로는 전통적 구성 원리에 기인한다는 점도 밝히고 싶었습니다. 근대 이후 한국 주거를 고찰하는 방법으로 ‘부엌’을 설정하였으며, 부엌을 통해 근대를 보고자 하였습니다.
먼저 전통시대에는 건축으로조차 간주하지도 않았던 부엌이 20세기를 전후로 사회적 관심의 대상으로 부상하며, 비슷한 시기 동서양 사회에 공통적 현상이었다는 점에 주목하였습니다. 더욱이 한국부엌은 전통적으로 취사와 난방을 겸하는 오랜 온돌문화와 관련되어 있다는 점, 그에 대조적으로 아주 짧은 기간에 전통의 모습을 탈피하였다는 점도 한국 주거연구에서 부엌을 부각시켜야 할 이유가 되었습니다. 오늘날 부엌이 서구식에 닮아있지만, 여전히 좌식과 입식의 공간사용방식이 혼재한다는 점도 근대부엌의 수용과 전개과정에 담긴 한국적 특징을 짐작하게 하였습니다. 이러한 특징은 오늘날 LDK로 대표되는 한국아파트의 평면에서 더욱 두드러집니다. 이는 곧 한국주거가 가지는 한국적 특성, 나아가 한국건축의 정체성 연구에 대한 또 다른 접근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울러 국내연구에서는 다소 생소한 ‘근대부엌(The Modern Kitchen)’이라는 용어의 정립도 연구목표 중 하나였습니다.
학위논문으로서 근대부엌을 연구하는 동안 가장 어려웠던 점은, 부엌의 학술적 연구 가치에 의문을 품는 외부의 시선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정주공간이 움집 아래 모닥불을 중심으로 시작되었던 점을 떠올린다면, 부엌이야말로 한국건축과 주거연구에서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주제라 생각합니다. 그 신념을 누구보다 공감해주시고 부엌의 연구 가치와 가능성을 지지해주신 전봉희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학위논문 심사과정 동안 더욱 치열하고 냉철하게 연구 주제와 마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최재필, 신혜경, 박철수, 전남일 교수님께도 이 기회를 빌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심원건축학술상 수상은 연구의 완성도보다 단행본 출간 이후의 발전 가능성에 기대를 걸어주신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소중한 기회를 주신 심사위원 김종헌 교수님, 박진호 교수님, 우동선 교수님, 함성호 대표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좋은 책으로 잘 마무리하여 심원건축학술상의 큰 뜻에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연구자의 길을 묵묵히 응원해주는 남편 최우성과 아들 지원, 사랑하는 가족에게 지금의 영광을 돌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수상자 약력]
도연정은 1976년생. 경북대학교 졸업 후 한양대학교 및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건축대학원 건축석사를 마치고,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2003년 동경공업대학 연구생을 수료하였으며,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근무했다. 광운대, 홍익대, 한국전통문화대, 한예종, 세종대에 출강하였으며, 현재 <건축연구소 후암연재>에서 한국건축의 전통성과 근대성을 주제로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