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심원건축학술상 수상작 당선 소감]

글: 박성형(수상자, 정림건축 기획실 실장)

 

1999년 5월, 남들보다 늦은 논문을 마무리하느라 전전긍긍하던 아련한 추억을 간직하고자, 그저 책상 한 켠에 두었던 작은 연구 결과가 10년 후에 이렇게 큰 결실을 맺게 될 줄은 몰랐다. 한국성 탐구에 대한 학생건축상을 만들고 의례히 상을 수여하다가 이렇게 큰 상을 직접 받게 되니 그들의 기쁨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학부 2학년, 첫 설계 과제인 주택 설계에서부터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문화와 건축 전통에 관심을 가지고 한국건축 답사와 많은 연구 문헌의 탐독을 시작했다. 이 땅에서 건축하는 사람으로 진심으로 한국건축을 이해하고 싶어 결국 대학원에서 한국건축을 전공하게 되었고, 서양 근대건축(Modern Architecture)을 형성한 주요 원인이 산업혁명에 의한 신재료(철과 유리・철근 콘크리트) 사용에 기인한다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한국건축사의 ‘modernity’에 대해 지속적으로 탐구하였다.

현재를 중심으로, 현재와의 연속성을 가지는, 현재적 의미를 담고 있는 한국 전통건축의 탐구 속에서, 자연스럽게 대량생산과 규격화의 특징을 가진 벽전(甓甎:벽돌)이라는 건축재료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특히 벽전 사용에 따른 조선 후기의 목조건축 전통이 어떻게 변화하고, 현재와 연속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연구하게 되었다.

벽전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하자 한국 역사의 모든 시기에서 벽전 자료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잘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깊이 연구되지 않은, 뚜렷한 연구 없이 곡해되었던 유구들에 대한 책임감으로 결국 하나의 벽전 역사책이 되어 버렸다. 철저히 현장을 답사하고 눈으로 확인한 후에 논문을 작성하려는 원칙에 충실하려 하였으나 석사논문으로서 다루기에는 어려운 점들이 많았다. 일부분에서는 기존 한국건축사에서 논의하지 않았던 내용을 더욱 촉발시키기 위한 학문적・건축적 상상력으로 그 내용이 변질된 부분도 있었지만, 이 연구는 다른 연구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하나의 벽전 자료집으로서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대학에서의 한국성 찾기를 바탕으로 지금은 설계 현장에서 실무에 매진하고 있다. 한국건축 연구에 타자가 된 입장에서 전통 벽전 관련 연구에 큰 진전이 없는 것 같아 아쉬움도 컸으나 심원건축학술상 수상이 다시 한 번 전통 벽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감사드릴 분들이 너무나도 많다. 먼저 심원건축학술상을 제정하고 진행해 주신 심사위원과 관련자 모두에게 감사 드린다. 10년 석사 논문이 한국건축계에 작은 흔적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주심은 물론, 건축에 관한 올바른 인식과 사회적 관심이 부족한 한국 사회에 건축의 인문적 토양을 배양하는 일은 그 어느 일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동감하고 있기에 더더욱 그렇다. 또한 단순한 학문적 지식의 전달이 아닌, 학문의 태도와 연구 방법을 몸소 보여 주시고 지도해 주신 성균관대학교 이상해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아내와 가족에게 이 기회를 빌어 감사한다.

 

당선자 박성형은 1973년생으로 성균관대학교 건축공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정림건축 기획실 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와이드AR> 9호, 제1회 심원건축학술상 특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