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공동체

[유승리_2기]

 

 

아름다운 청춘의 시간을 건축저널리즘에 바친 그대들이여!’

언젠가 전진삼 소장님은 우리를 그렇게 부르셨다.

《와이드AR》 사무실에 옹기종기 모여 서로에게 수줍은 인사를 건네던 것이 벌써 3년 전 일이다. 그 동안 참으로 많은 것들이 변했고, 나는 첫사랑의 추억을 잊지 못해 저널리즘워크숍 중에 만난 건축전문지 《C3》에서 좌충우돌 건축 저널리스트 훈련을 이어나가고 있다.

처음에 난 그리 거창한 꿈도, 큰 욕심도 없었다. 그저 건축과 글, 두 가지를 다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망설임 없이 저널리즘워크숍에 지원했던 것이다. 하지만 한 번, 두 번 수업을 듣다 보니 ‘저널리스트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고, 이내 점점 커졌다.

난 참 복이 많은 사람이다. 전 소장님이 그렇게 소리 없이 강하게 내 안에 꿈을 심어주셨고, 지금 나의 ‘싸부’이신 이우재 편집장님을 통해 그 꿈은 더욱 단단해졌다. 지난 몇 년간의 짧은 경험에 비추어보더라도 이 길은 결코 녹록치 않다. 포기해야 할 것도 많고, 육체와 정신이 상당히 피곤한 일이다. 부족함을 매일, 매 순간 느끼고 좌절하지만,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이내 마음을 말끔히 털고 다시 달려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기꺼이 견뎌내면서도 포기할 수 없는, 참 매력적인 일임에 틀림없다.

또 한 가지 감사한 것은 같은 길을 걸어가며 밀어주고 끌어줄 수 있는 동문이 생긴 점이다. 저널리즘스쿨로 한 배를 탄 우리에게 ‘건축계를 이끌어 갈, 혹은 가야 할 운명공동체’라는 조금은 거창한 꿈의 이름을 붙여보고 싶다. 날카로운 눈으로 앞서 보고, 건축계의 전체적인 흐름을 주도해나가는 건축 저널리스트로서 우리의 미래를 그려보니 왠지 이 어려운 길을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걸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청춘을 바치기로 마음먹은 만큼 그 무게는 무거울 수밖에 없고, 또 마땅히 무거워야 할 것이다. 스스로를 위로하자면, 앞서간 선배, 그리고 함께 갈 동기들이 내 곁에 있단 사실. 거룩한 부담감을 안은 채 다시 한 번 힘차게 파이팅을 외쳐본다.

 

[유승리, 2011, ‘아모르 화티(amor fati), 내 삶과의 연애’, 저널리즘스쿨과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