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생활의 한 획을 긋다

[김희라_6기]

 

 

어가기에 앞서
매달 서울과 부산을 오가기를 1년, 쉽지만은 않았던 시간이었습니다. 새벽바람을 맞으며 버스에 오를 때마다 처음 도전했을 때 마음을 떠올렸고 어렵게 결정한 만큼 쉬이 흔들리는 자신을 내비치기 싫어 더욱 이 활동에 몰두했던 것 같습니다. 2015년 2월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마지막 수료식을 앞둔 지금, 가장 큰 깨달음을 두 가지 얻었습니다. 그 첫 번째는 저는 결코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과 두 번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건축 저널리스트를 꿈꾼다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 깨달음만으로도 지난 10개월은 충분히 빛났고 제 삶에 큰 영향을 끼친 시간입니다.

 

들어가며
삶의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채 시작된 대학 생활은 늘 혼란스러웠습니다. 나를 사랑하는 법을 몰랐기에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도 몰랐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내내 꿈꿔왔던 건축가라는 직업은 내가 가진 능력으로 이루기엔 턱없이 높은 직업 같았습니다. 방황이 더 길어진 이유는 어쩌면 이 ‘꿈’이라는 것이 과연 직업과 동일한 존재일까 하는 의문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많은 경험을 하였습니다. 그저 ‘많다’고 함축하기엔 서툰 표현이지만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과 경험들이 진짜 ‘나’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간향저널리즘스쿨은 그 중의 가장 커다란 존재입니다.

 

교육 과정을 돌아보며
10개월의 과정을 간략히 정리하면 안철흥 선생님의 ‘저널리즘의 세계와 글쓰기의 전략’, 함성호 선생님의 ‘건축 인문학과 비평’, 김재경 작가님의 ‘건축 사진과 포토 저널리즘’, 전진삼 선생님의 ‘실전, 건축 전시 및 행사 기획’, 안철흥 선생님의 ‘내러티브 저널리즘 글쓰기’라는 타이틀의 다섯 번의 강연과 미처 참석하지 못 했던 두 번의 강연이 있었습니다. 강연을 들으면서 떠오른 생각들 중 공통점 하나는 건축의 경계가 점점 확장된다는 것입니다. 건축과 저널리즘, 건축과 인문학, 건축과 사진 등 과거의 건축 영역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요소들이 나타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요소들은 본래부터 건축과 떼어낼 수 없었던 분야였지만 우리가 간과하고 있지는 않았나 하는 의문들도 생겼습니다.

 

잡지 기획
두 달 동안 일년전 잡지를 재구성하는 행위는 생각만큼 수월하지는 않았습니다. 잡지의 처음과 끝을 관통하는 강한 축을 찾는 것도 그 잡지를 완벽히 이해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축을 찾기 위해 잡지의 탄생 배경, 추구하는 방향 등을 고민하는 과정 역시 힘들었지만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집중과정

집중과정 동안에 방문한 도서 출판 마티와 목천김정식문화재단에서는 건축 아카이브의 새로운 가능성을 알 수 있었습니다. 조금씩 건축 아카이브의 문화가 정착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료 분류체계 시스템을 어떠한 방식으로 구축해야 하는가가 가장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그 고민들에 대해 함께 논의해 볼 수 있었습니다. 둘째 날에 방문한 인쇄소도 인상 깊었습니다. 하나의 잡지, 책이 탄생하기까지 이렇게 많은 노고와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고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들여다볼 수 있었던 경험이었습니다. 마지막 날 방문한 인천은 도시의 정체성이 얼마나 중요한 지 또 그러한 정체성은 어떤 방식으로 형성되어야 하는지를 고찰할 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 의도된 정체성이 ‘정체성’의 역할을 다하지 못할 때 도시는 어떠한 성격을 띠게 되는가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취재실습
네임리스 건축의 학교건축 아카이브 전시의 리뷰를 작성하는 미션을 수행하였던 첫 취재는 그 과정이 미숙하였지만 기자로서의 태도와 취재 사전 준비, 취재 후 기사 작성 등에 대해 직접 체험할 수 있었던 경험이었습니다. 여러 번의 피드백이 오가며 간결하고 명확한 기사를 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깨닫기도 하였습니다. 나은중 건축가를 인터뷰하면서 건축가와 그 작품에 매료되었고 실제 인터뷰 내용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까봐 조심스럽게 기사를 작성하였던 기억이 남습니다. 미션을 완료하고 실제 기고된 기사를 보며 큰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맺으며
지난 10월, 간향 저널리즘 스쿨의 마지막 강의가 끝나고 다 함께 모인 자리에서 전진삼 선생님께 과정을 마친 소감이 어떠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지난 10개월은 정신적으로 크게 성숙해졌던 시간이었습니다. 책을 읽는 즐거움을 다시금 깨달았고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건축과 도시’를 더욱 고민하게 되었고 ‘저널리즘’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큰 밑거름이 되었고 앞으로도 자양분이 되어 줄 간향 저널리즘 스쿨을 결코 잊지 못 할 것입니다.

 

[김희라, 2015, 부산대학교 건축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