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요, 저널리즘스쿨

[김선영_5기]

 

 

게으르고 평면적인 나의 인생에 건축저널리즘스쿨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고, 발견이었다. 25년 동안 스스로 찾아보지 못하고 보이는 것만 행해온 나에게 저널리즘 스쿨은 큰 자극제였다. 건축계의 이슈와 인사를 나는 잘 알지 못했다. 건축학부에서 건축공학으로 진로를 결정하며, 건축에 대한 관심은 끊긴지 오래였다. 구조, 설비, 시공, 환경에 대한 공부와 일을 하며 딱딱 떨어지는 데이터에 익숙하던 나에게 건축과 인문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은 어려웠다. 게을리 하던 건축공부를 한다는 마음이 있었지만, 게을러진 몸과 머리에 항복하는 날도 많았다.

나에게 2014년 가장 의미 있는 활동은 건축저널리즘스쿨이었다. 에세이를 쓰고 수업을 듣는 것은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기도 했다. ‘내가 건축에 대해 얼마나 모르는가?’라는 단순한 질책에서부터, ‘그래서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스스로 물어봤다. 모든 에세이와 수업 속에서 내 생각을 물어볼 수 있었다. 정답 없는 글을 썼고, 정답 없는 생각을 했다. 때론 결론이 없기도 했고, 아주 다른 정 반대의 두 가지 결론이 나오기도 했다. 혼자 끄적거리는 것만 해봤지, 누군가에게 읽혀질 글을 쓴다고 생각하니 낯설었다. 글에는 중심도 없었고, 말하고자 하는 주제도 없었다. 그렇게 글쓰는 방법, 정보 찾는 능력, 생각과 지식의 결여는 내 글을 유치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유치한 글은 그대로 소장님과 안철흥 작가님께 보여졌다.

그리고, 수업을 들으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출판의 과정, 현재 건축저널과 자본의 관계 및 시장, 건축사진이 전달하는 현장성, 또 다른 건축이 되는 사진 속의 건축, 글을 쓰는 방법, 번역의 중요성, 개념에 대한 고찰, 영화를 통해 건축을 공부하고 이해하는 과정 등.. 가장 큰 배움은 ‘생각하는 방법’을 알려주신 것이다. 본질에 대한 물음과 생각이 나를 키우는 일이었다. 스스로 생각해야하고, 알아봐야 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당연한 순리를 배웠다. 매일 이어지는 수업에 지치기도 했지만, 또 다시 내일을 기대했다. 배움이 즐거웠고 감동이었다.

저널리즘스쿨 선배들의 이런저런 이야기와 조언들도 눈물나리만큼 감사했다. 건축과 진로를 주제로 함께 고민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특별한 시간이었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또 선배들의 어깨 넘어 들리는 이야기를 통해 좋은 건축(?)을 위해 힘쓰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협회와 단체의 활동, 봉사, 프로그램들이 많이 있었고, 많은 건축도서도 있었다. 아직 읽어봐야 할 책도 너무 많고, 가보고 싶은 건축도 너무 많다. 다양한 건축 활동도 모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다.

모든 에세이와 수업이 끝나고, 또 다른 과제가 주어졌다. 여태까지 썼던 에세이를 안철흥 작가님의 첨삭을 반영하여 수정하라는 것이었다. 여태까지 제출했던 나의 에세이가 얼마나 엉망인지 느낄 수 있었다. 수업을 들으며 뜨끔뜨끔했던 지적들과 넓어진 생각들은 내 글을 하찮게 만들었다. 첨삭반영은 아예 글을 다시 쓰는 일이 됐다. 수업이 끝나고 여행계획을 세웠던 터라, 나는 여행길에 노트북을 들고 가야 했다. 저녁 늦게 게스트하우스와 기차에서 타자를 두드리고 있자니 멀미가 나기도 했지만, 덕분에 여유롭기도 하고 바쁘기도 했던 즐거운 하루하루였다. 글을 수정하면서 계속 생각했다. ‘이거 맞아?’, ‘정말 이렇게 생각해?’, ‘왜 이렇게 생각해?’. 조금은 나아진 글이 됐을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중심을 갖고 썼다는 점에서 스스로에게 플러스점수를 주고 싶다.(하하)

전진삼 소장님을 비롯해 우리를 지도해 주신분들께(시공문화사 김기현 대표님, 김재경 사진작가님, 구본준 건축기자님, 시인이자 건축가인 함성호 대표님, 안철흥 작가님, 마티 박정현 편집장님, C3 이우재 편집장님과 C3 기자님들, 군자헌 김영철 소장님, 동우건축 강병국 대표님) 너무 감사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함께 같은 주제로 고민하고, 고생한 저널리즘스쿨 5기 선희언니, 재명오빠, 선영에게도 좋은 기회이자 자극이 되었을 것이다. 건축에서도 서로 다른 관심사를 갖고 있지만, 서로에게 각자에 맞는 정보를 알려주고 함께하길 귄하고 있다.

아직 내 길을 모르겠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건축을 위해, 그런 건축을 통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이런저런 일을 하는 것이 즐겁지만, 너무 늦기 전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 찾아가는 동안 저널리즘 스쿨이 그 길에 대단한 한 몫이 될 것이다. 욕심이 더 커진 것은 아닌지 스스로가 우려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지만, 대학에서보다 건축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고, 좋은 사람들을 만났음에 감사한다.

 

[김선영, 2014,  14.10.05_고마워요 저널리즘스쿨 (와이드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