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란 도구와 친해지기까지

[박선희_5기]

 

 

대학원을 졸업하고 계약직이기는 하지만 제법 빨리 일자리를 구했다.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 일을 구한 것이 참 다행이라는 주변의 말씀이 있었지만, 마음이 썩 유쾌하진 않았다. 급하게 구한 일이 내게 열정과 즐거움을 주지는 못했다. 지루함도 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던 것 같다. 그러던 중 나의 눈에 들어온 것이 저널리즘스쿨 공고였다.

 

평소 생각을 끄적거리거나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는 것을 좋아했다. 때로는 소설 비슷한 것을 써보기도 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글재주가 있다는 칭찬도 간혹 받았었다. 그런가? 뿌듯함 반 의심 반으로 흘려듣던 말이었는데, 공고를 보고서는 나를 검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정말 글재주가 있나? 글도 재주라면 배워야 하는 것 아닐까?

 

바쁘지만 지루한 일상 속에서 지원서를 쓰는 일부터가 나에게는 퍽 즐거웠다. 사실 저널리스트 혹은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으로까지 미치지는 못했다. 그냥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을 나도 모르게 늘어놓았던 것 같다. 서류합격 연락을 받았을 때, 글속에 녹아든 나의 마음을 알아봐주신 것에 참 감사했다. 그렇게 글쓰기 훈련이 시작되었다. 각자의 세계와 색깔을 가진 친구들과 글이라는 하나의 공통된 관심사로 모였다. 그것이 또 즐거웠다. 우리는 때로 숙제검사를 받으면서 많이 깨지기도 했다. 잘못된 표현, 충분하지 못한 글 재료, 공허한 자기주장 등등 우리는 부끄러운 우리들의 글 솜씨를 날것 그대로 마주했다. 그런데, 부끄러움도 즐거울 수가 있었다. 그리고 이런 즐거움들이 한데모여 마지막에 한권의 책이 완성되었다.

 

저널리즘스쿨을 수료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일은 여전히 바쁘고 지루한 듯 했다. 그렇지만 서먹했던 친구와 한결 가까워진 듯, 그렇게 글과 나와의 관계가 변했고, 글과 친해졌다는 것만으로도 일상은 지루할 틈이 없었다. 사소한 경우라도 글을 써야할 일이 있으면 나는 제법 진중했고 때로는 과감했다. 내 안의 무수한 생각들을 분류하고, 그 속에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확인하는 과정은 복잡하고 치열하지만 즐겁고 좋았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

 

우리는 무언가를 말하기 위한 도구로 평생 글을 사용한다. 지금은 돌아가신 구본준 기자님이 강의 중에 하셨던 말씀이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나에게 글이라는 도구와 친해질 수 있게 도와준 저널리즘스쿨에 참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이제 친해졌으니, 함께 즐겁게 놀아야겠다.

 

[박선희, 2014, “저널리즘스쿨과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