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字 11]

매듭

 

W49호_그림字 11_임근배_사진자료

 

한 해의 마지막 날, 사람들은 새해 첫 새벽 처음으로 뜨는 해를 보려고 밤을 도와 동해로 달려들 갑니다. 새해 첫 날 뜨는 해는 지난해의 마지막 날 떴던 해와 다르지 않을 텐데, 무슨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가 봅니다. 나름대로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은 것이지 싶습니다.

 

매해 첫 날에, 새로운 희망을 품고 설레는 가슴으로, 우리는 또 한 해를 새해 아침에 맞습니다.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이 세상 속성일진대, 생각대로 살아보려고 그렇게 희망차게 한 해를 시작합니다. 지난해 운 좋게 기대 이상의 성취도 개중에는 있었겠지만, 생각지도 못한 많은 시련을 겪으며, 좌절하고 포기하며 또한 안간 힘을 다하며 한 해를 살아왔습니다. 첫날 품었던 새 희망과 새 힘이 소진되어갈 즈음 또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됩니다. 다행입니다. 이루지 못한 일도 많지만 그대로 매듭짓고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은 인생에서 하나의 매력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매듭은 끝이 아니라 정리입니다. 밧줄을 타고 위로 오를 때 매듭이 있으면 의지가 되어 힘이 되듯이, 언제가 끝일지 모르는 삶에서 중간 중간의 매듭은, 만만치 않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중간 중간에 큰 힘이 되고 새로운 동기를 만들어줍니다.

 

이렇게 한 해가 가고 새해가 왔습니다.

 

우리가 살아온 하루하루는, 똑같은 해가 뜨는 날들이고 똑같이 돌고 도는 세월이지만, 아쉬운 대로 모자라는 대로 그렇게 한 번씩 매듭을 짓고 다시 시작할 수 있음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쉽지 않은 한 해를 살아내느라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어려웠던 일들 매듭 한 번 짓고, 새해에 새 희망과 새 힘을 내어 다시 일어서 나아갑시다.

 

글, 사진_임근배(간향클럽 대표고문, 그림건축 대표)

 

[<와이드AR> 49호, 2016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