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구약시대에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떠나 가나안땅을 찾아 광야를 헤맬 때 굶주리며 불평하자 하느님은 메추라기와 만나를 비처럼 내려줄 터이니 각자 배불리 먹을 만큼 가져다 먹되 더 가져다가 남겨두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그 말을 어기고 좀 더 가져다가 먹고 남긴 것은 구더기가 꾀고 고약한 냄새가 났다고 합니다. 성경에 나오는 이야깁니다.
오늘날 지구상에서 생산되는 식량은 온 인류를 배불리 먹이고도 남는다는데, 한 쪽에서는 너무 먹어 살을 빼느라 난리 중에 남은 음식은 썩어 나가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고, 다른 한 쪽에서는 매일매일 먹을 것을 찾아 헤매지만 수많은 어린아이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습니다. 하늘에서 내려준 것은 똑같은데 힘센 자들이 자기 것에다 남의 것까지 차지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세상에는 하늘이 내려준 먹을거리가 충분합니다. 그 많은 먹거리를 힘세고 재빠른 무리들이 먼저 독차지하여 쌓아놓고 배를 두드리고 있고, 힘없는 보통 사람들은 먹을 것이 늘 모자라 궁핍하게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힘센 자들은 쌓인 재화로 점점 더 힘이 세어져 자기 먹을 것조차 빼앗긴 약자들을 지배해가고 있습니다. 허나 쌓인 재화는 구더기가 꾀고 악취를 내며 썩어갑니다. 그래선지 힘센 자들은 점점 더 염치가 없어지고 포악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냥 힘센 것이 잘못은 아닐 것입니다. 그 힘을 약한 자들과 겨루는 데에 쓰는 것이 옳지 않은 것입니다. 강자는 힘을 키우며 약자에게 진 빚도 많을 텐데, 쉬운 먹거리는 약자에게 남겨주고 그 힘을 좀 더 어려운 먹거리를 얻는 데에 쓰는 게 옳지 않을까요? 호랑이가 사냥이 힘들다고 소나 양들이 먹는 풀을 뜯어먹어서야 되겠습니까?
건강한 사회가 유지되고 모두가 행복하게 함께 사는 지혜를 짜내야할 때입니다.
글, 사진_임근배(간향클럽 대표고문, 그림건축 대표)
[<와이드AR> 48호, 2015년 11-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