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字 08]

의로운 건축

 

46호_임근배_그림字 08_사진

 

오랜 경제 난국으로 대부분의 국민이 걱정이 많아져 사회 분위기가 침체되어 있습니다. 총체적으로 일거리가 줄어들어 먹고사는 일이 만만치 않습니다. 모두가 생존하기 위하여 돈 버는 일에 집중하게 되는데, 많은 사회적 문제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돈벌이 자체가 문제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세태가 문제입니다. 살기 위하여 재화를 얻는 행위 자체는 건전한 생존 수단이지만, 이기적이고 비도덕적인 방식은 우리 사회를 망가뜨릴 것임이 자명하기 때문입니다.

 

맹자가 양나라 혜왕을 찾아갔을 때, 왕이 “무엇을 가지고 우리나라를 이롭게 해 주시렵니까?” 하고 물었답니다. 이에 맹자는 “임금님이 ‘무엇을 가지고 우리나라를 이롭게 할까’ 하시면 대부들은 ‘무엇을 가지고 우리 집을 이롭게 할까’ 생각하며, 백성들도 ‘무엇을 가지고 내 몸을 이롭게 할까’ 생각하여 서로 이익을 다투게 되며 나라가 위태롭게 될 것입니다.” 하고 대답하며, 의로움을 바탕으로 이로움을 추구해야(見利思義) 온 세상이 평안하게 된다고 말했답니다.

 

맹자가 말한 의(義)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그의 사단설(四端設)이 바탕이지 싶습니다. 남을 사랑하여 측은하게 여기고(惻隱之心), 불의를 부끄러워하고 미워하며(羞惡之心), 양보하고 공경하며(辭讓之心), 옳고 그름을 가리는(是非之心), 자세가 아닐까 합니다.

 

건축가로서의 의로움이란 무엇일까요? 건축가의 창의성의 고집이나 욕심보다는, 나를 죽여 건축주와 사용자를 먼저 위하고, 이 사회에 적합하고 올바른 건축적 제안을 해내는 것쯤 될 것 같습니다.

 

어려운 시절에, 오히려 원리적인 길을 찾아보면 어떨까 하여 ‘의로운 건축’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글, 사진_임근배(간향클럽 대표고문, 그림건축 대표)

 

[<와이드AR> 46호, 2015년 7-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