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字 06]

건축가의 길

 

44호_그림字 06_사진

 

“선비는 재물을 탐하는 태도를 멀리하고,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며, 이익을 위하여 의로움을 손상시키지 않고, 죽음을 당한다 하더라도 그의 지조를 바꾸지 않습니다. 위험이 닥치면 용기를 생각지 않고 그에 대처하며, 어려운 일이 생기면 자기 힘을 헤아리지 않고 그 일에 착수합니다. 과거에 대하여 후회하지 아니하고 장래에 대하여 미리 점치지 아니하며, 그릇된 말을 두 번 거듭하지 않고 뜬소문을 두고 따지지 않습니다. 그의 위엄은 끊이는 일이 없으며, 계책을 미리 익히는 법이 없습니다. 그들의 행위가 뛰어남이 이와 같습니다.”

 

예기禮記 유행편儒行篇의 한 대목입니다.

 

변덕스러운 세상, 환경, 사람들 사이에서도 소신껏 살아가려면 어떤 경우에라도 일관되게 흔들리지 않는 자세를 지켜야 한다는 말입니다. 넉넉하든 쪼들리든, 압력에든 유혹에든, 뜻을 둔 지향을 향하여 나아가는 데에 의연한 마음을 유지한 채 살아갈 수 있는 행동강령쯤 되는 것 같습니다.

 

건축가로 이 한 세상을 소신껏 잘 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수주를 하고, 창작에 몰두하고, 살림도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일을 만들 수 있을 만한 사람들을 만나고, 골똘히 연구도 하고, 수지 계산도 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양심과 품위를 지키고, 즐기고 나누기도 하고 싶습니다. 이 바람이 가능하려면 건축가의 행동강령이 나름대로 필요할 것 같습니다. 세파에 흔들리지 않고 늘 마음을 가다듬으며 지향하는 바를 추구하며 살아갔을 선비들처럼 말입니다.

 

글, 사진_임근배(간향클럽 대표고문, 그림건축 대표)

 

[<와이드AR> 44호, 2015년 3-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