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字 05]

공익

 

그림字 05_이미지

 

화폐와 우표에는 인물을 모델로 많이 씁니다. 국가나 민족에 지대한 헌신과 업적으로 모든 이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인물입니다. 화폐나 우표는 일상생활에 항시 쓰이는 것이기에 늘 접하게 되는 공식적인 모델이 됩니다.

 

몇 나라의 화폐와 우표에는 건축가가 모델이 되고 있습니다. 그들이 어떤 연유로 그 모델로 선정되었는지 자세히는 알 수 없으나 그 나라에서는 존경받고 사랑받는 인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건축가가 나라와 국민에게 헌신과 기여를 할 수도 있다는 반증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생각해 봅니다. 우리나라에는 화폐나 우표에 모델로 선정될 만한 건축가가 있을까?

 

건강한 사회는, 누가 알아주건 말건 각자가 자기 할 바를 열심히, 묵묵히 해 나가고 그것이 그대로 존중되는 사회입니다. 요즘 우리 사회는 경제적 어려움이 지속되면서 생활이 피폐해지고 있습니다. 열심히, 잘 하는 것의 가치보다 빨리, 값싸게 하는 것이 더 선호되는 것 같습니다. 소비자는 좋은 것을 찾고 선택하기 마련입니다. 다만 좋은 것의 평가 기준이 쓸모 있거나 아름다운 것이냐, 싸거나 폼 나는 것이냐 하는, 그 시대를 지배하는 가치기준에 따르는 것이지 싶습니다. 시대는 흘러갑니다. 사회의 최고 가치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합니다. 시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통의 절대선이 있습니다. 변덕스러운 시대의 흐름에 편승하여 이익을 창출할 수도 있지만, 불변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도 참 매력 있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건설회사의 설계 겸업 추진 등 날로 어려워지는 여건에 처한 건축계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하여, 오히려 우리 건축가들이 먼저 공익 추구를 최고 가치로 삼고 각자 열심히 작업에 임하여 그 진심을 국민으로부터 인정받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화폐나 우표에 얼굴을 올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모두가 그 헌신과 기여를 환영하고 성원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글, 사진_임근배(간향클럽 대표 고문, 그림건축 대표)

 

[<와이드AR> 43호, 2015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