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字 01]

몸 밖으로 나가자

 

그림자 01

 

한창 오일 달러를 벌어들이던 건설 호황기인 1980년대에 중동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아침 6시부터 밤 9시까지 꽉 짜인 정규 근무시간이었다.

일주일 내내 땡볕 아래에서의 공사현장은 심신을 쉬이 지치게 했다. 지혜가 필요했다. 둘러보니 피로를 푸는 방식은 두 부류로 나뉘었다. 밑진 잠을 보충하느라 휴일 내내 식음을 전폐하고 숙소에서 나오지 않는 부류와 주말이면 영락없이 피곤하고 지친 몸을 둘둘 말아 바닷가로 내달려 캠핑을 하고는 휴일 점심때쯤 숙소로 돌아오는 부류가 있었다.

처음엔, 노동의 피로를 풀려고 하루 종일 잠을 자는 이들은 그러려니 했지만 피곤하다면서도 야밤에 한 시간 여 거리를 차를 몰고 바닷가로 달려가 다음 날 돌아오는 사람들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데 다시 한 주가 시작되는 날 아침, 종일 잠으로 피로를 푼 이들보다 밤새 바닷가에서 지낸 사람들이 보다 더 생기발랄하였다.

의아했다. 궁금증을 풀 겸 하루는 그들을 따라 나섰다. 밤새 낚싯대를 걸어놓고, 마련해 간 음식을 먹으며 고국에서 보내온 카세트테이프를 틀어 유행하는 노래를 듣고, 기타 치며 노래하고, 이야기꽃을 피우며 신선한 바다 바람과 쏟아지는 별을 즐기며 여유로운 시간을 만끽하는 것이었다. 머나먼 타국에서 심신이 지치고 향수병까지 돋아 힘든 시절이었음에 우리 근로자들이 몸으로 익힌 힐링의 지혜가 묻어나는 현장이 그곳에 있었다. 그 뒤로 나또한 가능하면 밤바다에서 주말을 보냈다. 푸근한 잠자리보다 자연의 풍광과 동료와의 나눔이 피로회복에 훨씬 효과적이었다.

계속되는 불황에다 우울한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는 현실을 의연하게 살아내야 한다면 우리 스스로 건강한 삶의 방식을 택하는 것이 어떨까. 사람을 만나 생각을 나누는 것은 어떨까. 온통 음울한 마음으로 위축되지 말고 또 다시 힘을 얻으러 자연과 사람을 만나러 나가자. 몸 밖으로 나가자.

 

글, 사진_임근배(간향클럽 대표 고문, 그림건축 대표)

 

[<와이드AR> 39호, 2014년 5-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