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준_6기]
돌이켜보면 저널리즘 스쿨 과정은 향후 진로에 관한 고민들을 안고 부산과 서울을 오간 시간이었다. 어떤 이들은 힘들지 않았냐고 물어본다. 나는 전혀 힘들지 않았다. 수업과 뒤풀이를 마치고 기차에 몸을 실어 부산에 도착하면, 왠지 모를 든든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저널리즘 스쿨 과정은 입 밖으로 고민을 꺼내지 않아도 스스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기에 개운했고, 나의 진로에 대해 또 다른 고민들을 얻어 가는 시간이 되었다.
나는 대학에서 4년제 건축교육을 받았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른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 4년제 건축교육 제도는 공학교육 중심이고, 건축인증을 받지 못한다는 보이지 않는 가림막이 쳐있었다. 졸업을 해도 유통기한을 가진 건축사 시험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나의 고민의 시작이었다.
4년제 건축교육을 받는 학생들 중 일부는 건축가의 꿈을 가지고 대학교에 입학했지만, 인증 제도라는 가림막과 건축 공학교육과 설계교육이 혼동된 수업을 통해 건축에 대해 생각했던 환상을 무참히 깨버릴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학생들은 시공회사, 설비회사 등으로 각자 나름대로의 진로를 찾아 가게 된다. 하지만 설계에 미련이 남아있는 나를 포함한 학생들은 혼동된 수업 속에서 이러한 고민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 당황하기 마련이다. 나 또한 주변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불확실한 미래를 바라보며 진로를 찾기 시작했고, 그 와중에 건축 기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에 건축 기자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저널리즘 스쿨을 지원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렴풋하게나마 나름대로의 돌파구를 찾아가고 있던 셈이다.
저널리즘 스쿨을 통해 건축에 대해 배울 것이 한참 남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대학교에서 배운 건축은 아주 작은 부분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저널리즘 스쿨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어른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배우게 되면서, 지금보다 더 좋은 건축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고민하는 어른들을 만났다. 이는 나 스스로 건축을 더 깊고 넓게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저널리즘 스쿨을 지원하지 않았더라면, 지금보다 더욱 방황하고 헤매고 있었을 것이다. 기존의 고민을 풀 수 있게 기회를 만들어주고, 더 발전된 고민거리를 던져준 소중한 기회였다. 더 많은 학생들이 전진삼 선생님같이 더 좋은 건축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어른들을 만날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많아지길 바란다.
[이정준, 2015, 한국해양대학교 해양공간건축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