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과 도전의 발걸음

[고경국_1기]

 

 

괴테의 『파우스트』에 이런 구절이 있다.

방황해보지 않고는 진실에 이를 수 없다.’

어느 순간의 느낌만으로 자신도 모르게 발길 닿는 대로 가는 길이 결과적으로 시간 낭비만 하고 되돌아 올 수도 있지만 가보지 않고서는 내가 원하는 길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그 순간의 느낌이 내가 진정 바라는 것을 향해 나아가게 해준다고 생각한다. 나는 간향건축저널리즘워크숍과 만났을 때 다짐했다. 다시 제자리로 되돌아올지언정 새로운 첫발을 내딛어야한다고.

어느 겨울, 방구들을 달구며 고민을 하고 있었다. 4년간의 학교에서 배운 설계가 지겨웠다. 돌이켜보니 시원찮은 성적에 놀기 바쁘던 시간들이 점철되었다. 도망치듯이 휴학을 하였다. 단지 자전거여행을 위해 알바를 하며 돈을 모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나는 그리 사교적이지 않았고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에는 너무 두려움이 많았다. 자전거나 등산, 독서 등 혼자 즐기는 게 편했다.

저널리즘워크숍을 알게 된 것도 혼자 책방을 돌아다닐 때였다. 그래도 건축에 미련이 있었던지 건축 잡지 매대를 뒤적이다가 《와이드AR》를 발견하였다. 《와이드AR》은 내가 봐왔던 건축 잡지와 많이 달랐다. 잡지이름 그대로 넓은 시야로 건축뿐 아니라 주변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 간향건축저널리즘워크숍 1기를 모집하고 있었고, 그것은 내 방황의 시작이 되었다.

1기 동기생들은 저마다 다른 생각과 꿈을 가지고 모였지만 공통적으로 건축이라는 테두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였기에 강의가 거듭될수록 서로 나눌 이야기들이 많아지며 우리가 나아가야할 미래에 대해 좀 더 깊은 고민을 나누게 되었다. 또한 건축과 저널리즘 뿐 아니라 인문, 사회, 역사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강의가 진행되며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혀 나갔다. 특히 위크숍이 끝났을 때 건축을 하고자 하는 사람으로서 스스로 한심할 정도로 부족한 면을 느끼게 되었다. 건축은 삶을 담는 그릇이라고 할 정도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무관심해왔던 것이다. 그래서 1년을 다시 시작하기로 결정하고 그동안 자전거여행을 위해 모은 돈으로 모(某)대학 문예창작과정을 지원하여 문학을 공부하였다. 이 또한 1년 과정으로 또 한 번의 방황이자 도전이었고, 이는 나 자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우리의 삶과 사회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디딤돌이 되었다.

이런 변화를 이끌어준 간향건축저널리즘워크숍은 우물에 갇혀있던 나를 더 넓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며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 삶에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었다. 각기 다른 생각과 꿈을 가진, 그러나 간향이라는 이름아래 모이게 된 그들과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고민하고 미래를 이야기한다는 것이 매우 행복했다. 저널리즘워크숍으로 인연이 맺어지고 5년이 지나 글을 쓰는 이 순간까지 그리고 앞으로 내가 가는 길에 간향의 정신은 항상 함께 할 것이다.

 

[고경국, 2010, ‘아모르 화티(amor fati), 내 삶과의 연애’, 저널리즘스쿨과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