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자: 강난형
저는 역사도시건축연구실의 연구원으로 서울학 연구소 분들과 함께 동아시아 도시를 답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특히 베트남 도시는 제 연구에 전환점을 주었습니다. 하노이는 벙커화한 군사시설을, 후에는 전쟁으로 파괴된 옛 터를, 도시의 궁궐에 고스란히 남겨두었습니다. 제게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냉전과 분단을 겪었던 또 다른 아시아 도시로서 기존 식민시설을 철거하지 않은 베트남의 모습은 이방인이 보기에는 생경했습니다. 그 기회를 통해 아시아 근대성의 연구가 식민지 유산들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라는 국가 주도 해결방식을 다룬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누구나 그렇듯 석사 논문을 쓰고 난 뒤 저는 많은 회한이 들었습니다. 특수한 한국적 상황으로 결말을 지은 건축내부적인 구도에 대하여 말입니다. 근·현대 건축사는 건축가와 국가, 이데올로기의 문제라고 뭉뚱그렸던 글을 내던진 뒤 저는 끊임없이 질문했습니다. 국가 주도의 프로젝트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이며 건축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그 속성은 무엇이었는지 말입니다. 시간이 지난 후에야 도심을 개발하기 위해 역사적 장소가 중요한 질료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것은 제가 논문주제로 개발시대의 근대성과 역사의 문제를 다루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발전국가와 건축의 문제는 근·현대 건축연구자들에게 어렵고 괴로운 연구로 여겨집니다. 이는 건축내부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연구의 시대를 가치관의 문제로 여기고 내재적 발전론자, 식민지 근대론자, 개발주의자, 보존주의자와 같이 정치적인 태도를 검증하는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발전국가와 건축에 대한 연구는 발전을 확신하는 개발주의 문제를 도시, 지역, 국가, 초국가, 개인, 조직의 다층적 스케일로 다룰 수 있는 현재를 담은 문제적 주제입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저의 박사논문을 정리하고 다듬어 만들어진 목소리가 다른 근·현대 건축연구자에게 작은 울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새내기 연구자로서 상을 받게 되어 기쁩니다. 따끈한 박사논문을 들고 취준생의 마음으로 지원했습니다. 박사를 졸업하여 연구자를 꿈꾸는 이들에게 앞으로도 심원문화사업회와 《와이드AR》이 작은 희망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동선, 한동수, 배형민, 김성홍, 송인호 교수님께 수상을 맞아 감사드립니다. 저는 교수님들 덕분에 박사논문 심사과정 중 나누었던 질문과 입장으로 연구의 즐거운 자극을 받았던 시간을 얻었습니다. 송인호 교수님은 제가 던진 질문이 논문이 될 수 있도록 오랜 시간 격려해주셨기에 특별히 감사 인사드립니다. 또한, 연구자로서 시간을 만들어주었던 성욱 씨와 겸이와 한이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수상자 약력]
1980년생. 홍익대 건축학과 졸업하고 서울시립대 건축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마쳤다. 한국건축역사학회 우수논문상(2011)을 수상했고, 역사도시건축연구실의 연구원으로 ‘한옥미래자산 포트폴리오’(2008) 프로젝트 참여 이후 ‘일본 교토 구라시키 경관지구 연구조사’(2008-2009) ‘서울성곽복원 프로젝트’(2008)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한양도성 보존관리활용 마스터플랜 수립 학술용역/서울성곽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를 위한 학술용역‘(2011-2012) ’성북구 한옥보존 및 관리를 위한 기본 구상/성북구의 한옥골목 밀집지역 연구조사‘(2014)에 참여했다. 최근 발표 논문으로 ’두 번의 실천: 경복궁 광화문의 재건‘(2015, 동아시아 건축역사대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