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길훈
(서울시립대학교 서울학연구소 연구교수)
본 연구는 일본 근세 에도라는 막부의 본거지, 행정 수도의 도시사에 관한 내용입니다. 한국이 아닌 일본의 한 시기, 한 지역의 역사에 관한 연구를 책으로 엮을 기회를 주심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동아시아의 각국 도시들은 서로 많이 닮아 있으면서도 다릅니다. 주례고공기의 이상도시 계획안을 표본으로 하는 도성이 7세기를 전후로 하여 동아시아 각국에 유입됩니다. 이렇게 비슷한 요소들을 기반으로 형성된 고대 도성은 중세를 거치며 각국의 상황에 따라 다른 전개 방식을 보입니다. 일본의 도시는 근세에 접어들며 특히 다른 도시 유형을 창출하게 됩니다. 동아시아 속의 도시 에도의 도시역사를 찬찬히 살펴보는 일은 현재 도시와도 연결되는 시사점을 제공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처음부터 도시의 역사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저의 꿈은 건축가였습니다. 저는 대학 졸업 후 작은 설계사무소에서 근무하였습니다. 설계사무소에서 접한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통하여 건축과 도시의 긴밀한 관계에 관해 생각하였습니다. 건축이 건축물로서의 완결체가 아닌 도시 조식 내에서 의미를 가지며 건축물이 놓이는 땅의 과거, 도시의 과거가 궁금해질 때쯤부터 유학을 꿈꿨습니다.
일본에 가서 지도 교수님의 ‘일본도시사’ 수업을 들었습니다. 그때 저에게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은 일본 고지도 속의 도시 조직이었습니다. 현재 도쿄의 전신인 근세의 에도라는 도시는 에도성을 중심으로 주변에는 무사지가, 그 외곽으로 쵸닝지町人地가 배치되어있습니다. 쵸닝지는 사방 120m로 구획되어 있으며 가로를 면해 필지가 조성되어 있고 한 가운데 40m의 정방형 토지는 비어있었습니다. 이 공지의 이름은 카이쇼치 입니다. 이 카이쇼치에 관해서는 많은 연구가 되어 있지 않았으며 실제로 무엇으로 사용되었는지도 추측에 불가했습니다. 근세 에도의 쵸닝지는 현재의 지적도에 해당하는 고켄즈古券圖가 일부 남겨져있습니다. 고켄즈에는 토지 소유자, 야모리(토지 및 가옥 관리자), 토지 규모, 매매가 등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사료를 바탕으로 막부 소유였던 카이쇼치가 쵸닝의 소유지로 변화하는 과정을 연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카이쇼치라는 공지 이외에도 에도에는 거듭되는 화재에 대한 대책으로 조성된 화재 공지가 있습니다. 화재 공지로 설정된 토지에는 기존에 거주하던 쵸닝이 존재합니다. 기존의 토지 소유주는 막부에게 대신의 토지인 다이치를 부여받게 됩니다. 이러한 토지의 이동, 소유주의 변화는 에도라는 도시 조직에 공간적으로, 사회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에 관하여 고민하였습니다.
이러한 고민의 결과가 <일본 근세 도시사-아키치明地와 다이치代地를 통해 본 에도江戶>입니다. 심원학술상이 주신 소중한 기회를 통해 저의 논문을 발전시켜 좋은 결과물을 제출하겠습니다.
[<와이드AR> 50호, 제8회 심원건축학술상 특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