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심원건축학술상 심사평]

□ 심사위원: 안창모(경기대학교 대학원 교수, 건축설계학)

 

추천작 1: 한국 영화에 드러난 아파트 이미지

 

영화 속의 아파트를 연구 대상으로 삼은 것은 최근 신문과 잡지 등 대중 매체를 통해 근대의 사회상에 대한 이해를 시도했던 많은 연구들의 건축적 버전으로 이해된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일반적으로 해방 전 시기를 주로 다루었던 언론이나 문학작품을 대상으로 한 연구와는 달리 이 연구는 아주 가까운 시대의 건축유형을 당대의 대중문화 매체를 통해 연구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좀 더 과감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영화를 통해서 아파트에 관한 연구를 시도할 경우 많은 전문가와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건축유형인 아파트가 영화라는 매체 속의 아파트를 다루기 때문에 다른 매체나 기존의 연구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아파트의 모습을 밝혀내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미 대중적으로나 학술적으로 충분히 이해되고 있고 많은 아파트들이 현존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연구자로서는 무척 부담이 되는 주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어려움이 예상되는 주제를 과감하게 연구대상으로 삼은 연구자의 용기를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아쉽게도 본 연구는 앞서 우려한 부분을 뛰어넘는 성과를 냈다고 보기 어려운 점이 있다. 결과적으로 아파트가 등장하는 한국 영화를 다루고 있다는 의미 이상을 찾기 어려운 연구가 되어버린 듯하다. 이야기 소재로서는 충분히 사람들에게 회자될 수 있는 흥미 있는 연구지만, 영화 속에서 아파트가 다루어진다는 것이 어떤 사회적 의미를 담고 있는 지에 대한 문제의식이나 본 연구를 통해 연구자가 의미 있는 메시지를 충분히 전달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서 취약하다.

 

추천작 2: 한성부의 ‘작은 일본’ 진고개 혹은 본정: 19세기말~20세기 초, 한성부 일본인 거류지의 공간과 사회

 

개항이후 도성 안에 형성된 일인들의 거류지에 대한 많은 담론이 있지만, 담론의 실체에 대한 연구가 매우 빈약한 것이 현실이다. 특히 구체적인 장소에 관한 담론임에도 불구하고 건축이나 도시 쪽의 연구는 황무지에 가까운 것이 우리 건축학계의 현실임을 감안할 때, 이 논문은 개항이후 도성 변화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일인 거류지’의 실체를 공간과 장소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일인들이 이 땅에 어떻게 정착했는지를 밝히는 것은 일제강점기에 일인들이 관과 민의 협력과 대결구도 속에서 전개되는 도시계획의 실체를 파악하는데 중요하다.

우리들이 일제강점기에 대한 피해의식으로 인해 일제강점 하 일인들의 이 땅에서의 활동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는 사이에 일인들이 자신들의 서울 또는 한반도에서의 삶과 활동에 대한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는 측면이 있다. 비록 일인들의 이 땅에서의 활동이 우리의 역사에서 드러내기 쉽지 않은 부분이기는 하지만, 진정한 일제 잔재의 청산과 극복을 위해서는 맹목적 애국심에 의존하지 않은 냉정함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일인들이 이 땅에서의 삶과 활동에 대한 적극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 연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추천작 3: 근대 서울의 도시사: 상업 공간(종로)의 변용

 

이 연구는 ‘일인거류지’에 대한 연구 이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최근 일인에 의해 기획된 ‘이방인의 순간 포착 경성 1930’ 전시가 왜곡된 내용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은 바 있고, 서울에서의 전시성과를 배경으로 왜곡된 내용 그대로 동경에서 이루어졌던 사실에 비춰볼 때, 도성의 가장 핵심적인 상업공간인 종로에 대한 연구의 중요성은 일인들의 삶의 중심 공간이었던 본정/남촌에 대한 연구의 중요성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600년 역사도시를 자랑스러워하고, 비록 성곽만이지만 도성의 일부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 학계의 도성에 관한 연구는 폭과 깊이가 좁고 얕다. 학계의 관심이 지금까지 ‘궁궐’과 ‘도시한옥’에 집중되었다는 점에 비춰 보면 근대기 서울의 상업공간의 중심인 종로를 다루고 있는 본 논문이 갖는 의미는 크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종로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지만, 조선시대 이래 종로의 도시적 실체와 건축적 실체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다. 우리가 진실로 알고 있는 많은 내용들도 많지 않은 시간의 투자로 사실의 오류 여부를 가려내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점에 주목한다면, 도성의 핵심 도시공간에 대한 연구를 방치해온 우리 학계의 게으름은 비난받아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최근 근대사를 연구하는 다양한 분야의 역사학자들에 의해 종로를 비롯한 주요 공간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도성 내 주요 공간에 대한 실체적 연구는 여전히 매우 미약하다.

이와 같은 현실에서 볼 때 종로에 대한 연구가 ‘상업 공간’에 초점이 맞춰져, 총체적인 종로의 가치를 드러내는 데는 부족한 점이 있지만, 종로 연구가 갖는 가치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연구자가 서울 도성이 갖는 역사적 가치와 기존의 연구 성과에 대한 이해가 충분한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하는 부분들은, 연구자 자신의 연구 성과가 거둔 부분적인 성과를 종합적으로 심화시키기 위해서 반드시 극복해야하는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금번 심원건축학술상의 최종 심사에 올라온 3건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바탕으로, 1년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단행본을 출판해야하는 시간 제약의 틀을 감안할 때, “한성부의 ‘작은 일본’ 진고개 혹은 본정: 19세기말∼20세기 초, 한성부 일본인 거류지의 공간과 사회”가 제6회 심원건축학술상의 취지에 적합하다고 판단되어 수상작으로 선정한다.

 

 

□ 심사위원: 배형민(서울시립대학교 교수, 건축학)

 

“한성부의 ‘작은 일본’, 진고개 혹은 본정”(추천작 2), “근대 서울의 도시사–상업 공간 (종로)의 변용”(추천작 3) 그리고 “한국영화에 드러난 아파트의 이미지”(추천작 1)가 다루는 주제들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근대 서울, 영화 속의 건축 공간, 아파트의 이미지 등이 여전히 주목을 받는 것은 이것들이 새로운 자료가 발굴되고, 구체적이면서도 새로운 해석이 제시될 수 있는 주제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사료 또는 대상 자료의 측면에서 세 논문이 모두 일정한 기여가 있다.

“근대 서울의 도시사∼”와 “한성부의 ‘작은 일본’∼”은 각기 종로와 본정 일대의 상점들이 다루었던 품목을 확인하고 시장 또는 상점의 범위와 운영 방식 등 도시 생활의 구체적인 분위기를 점치고자 하였다. 전자는 신문 자료를 체계적으로 모았고 후자는 일본 공문서와 개인 기록들을 모아 자료에 기반을 둔 도시사의 탄탄한 전통을 따르고자 했다는 점에서 돋보이는 원고들이었다. “한국영화∼”는 새로운 자료가 발굴되지 않았지만 아파트 이미지와 관련된 영화들이 목록화 되었다는 측면에서 작지만 일정한 기여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세 논문이 차별화되는 것은 대상과 주제를 바라보는 시각과 방법론에서이다. 여기서 가장 아쉬운 논문이 “한국영화∼”이다. 우리나라의 아파트 현상을 복합적인 사회, 경제, 문화 현상으로 보기 시작한지 적어도 10년 이상이 되었고 다양한 학계에서 상당한 성과들이 있었다. 그러나 풍부한 선행연구와 영화이론의 힘을 얻을 수 있었던 논문이 몇 개의 이미지 유형에 기대어 기계적으로 영화들을 분석한 점이 안타깝다. 많은 경우 이미지 유형과 영화 간의 관계에 대한 해석이 이미 오래전부터 고착된 통념들을 반복한다. 예를 들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개발에 따른 부작용 유발의 이미지”로, <별들의 고향>을 “고독, 익명 공간 이미지”로 보는 등 기존의 문학적 분석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 이미지들을 분류하는 체계에 일관성이 결여되어 있고 이론적 배경이 약해 논문으로서의 설득력과 책으로서의 가독성이 약하다. 결과적으로 많은 노력의 결론은 단지 “긍정”과 “부정” 정도로 마무리 될 수밖에 없었다. 영화 매체로서의 특성, 건축 논문으로서의 건축공간에 대한 치밀한 분석이 아쉬웠던 논문이다.

 

“한성부의 ‘작은 일본’∼”과 “근대 서울의 도시사∼”는 비슷한 역사적 시기와 익숙한 서울의 지역을 도시사적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으나 그 서술 방식에서 서로 다른 장단점을 갖고 있다. 전자는 이미 일반 학술 단행본으로서의 포괄적인 구성과 글쓰기 방식을 갖춘 원고라면 후자는 학위 논문으로서 문제가 될 정도로 편제가 산만하다. 인용 사료가 본문의 내러티브에 포섭되어 있지 않고 연번으로 나열 된 후에 이에 코멘트하는 방식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이 논문이 한국 도시사에서 흔치 않은 통찰과 이슈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산만한 편제는 더욱 아쉽다. 도시미관의 개념, 소비문화 동질화 정책과 상업 공간의 출현, 도시의 장식으로서 공원, 광장의 탄생 등 구체적인 도시의 일상과 공간을 적확하게 지시하는 개념들이 제시되어 있는 반면 발터 벤야민의 파편적 글쓰기를 시도한 듯 복합적인 이러한 주제들이 품고 있는 역사적, 이론적인 문제들이 설득력 있게 제시되지 않고 있다.

한편 “한성부의 ‘작은 일본’∼”은 이미 책의 구성 틀을 갖춘 논문으로 손색이 없다. 다만 대한민국 역사에서 시작하는 포괄적인 서술과 세부 연구 주제가 엮여진 상태는 아니다. 원고의 서두와 결론에서 상업 공간의 일상, 일본인 거류지의 발달사라는 원고의 핵심이 부각되도록 하고 산만할 수 있는 도시 형태와 기능의 분석이 명확하게 전달되도록 한다면 치밀한 연구에 기반을 둔 보기 드문 도시지역 연구서로서의 면모를 갖출 것으로 판단된다.

 

 

□심사위원: 전봉희 (서울대학교 교수, 건축학)

 

추천작 1: 한국 영화에 드러난 아파트의 이미지

 

이 글은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지고 영화사적으로 일정한 평가를 받고 있는 영화 391편 가운데서 고른 105편과 기타 작품 리스트에서 고른 6편 등, 아파트가 주요한 장소로 등장하는 총 111편의 영화에서 아파트가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주요 분석의 내용을 이루고 있는 4장에서는 시기별 이미지를 다루고 있다. 즉, 1930∼50년대, 1950년대 후반∼70년대 중반, 1970년대 중반∼90년대, 그리고 1990년대 중반 이후이다. 이러한 시기 구분은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에 아파트가 주거 유형으로 성장해나가는 단계와 일치한다. 따라서 정리되는 이미지의 내용도 일반의 예상과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즉, 제1기에는 도시적, 근대적, 서구적 이미지로 아파트가 영화 속에 등장한다. 제2기에는 고급의 근대공간과 서민층, 빈곤층의 주거환경이라는 상반된 이미지가 함께 등장하며, 이는 당대의 아파트에 대한 분열적 인식이 투영된 결과이다. 제3기에는 중산층의 일상적 이미지로서 동경과 선망의 대상이 주된 이미지였다면, 제4기에는 이에 더하여 사회 비주류층, 소외와 고독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전 시기에 비하여 훨씬 더 많이 등장한다. 5장은 이상의 시기별 분석을 간략히 정리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이 글은 영화 속에 투영되어 있는 아파트의 이미지를 분석하겠다는 참신한 발상에도 불구하고, 그 분석이 일차적이고 기계적인 분류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고, 그 때문에 이미 아파트와 관련된 기존의 담론이 영화에서도 비슷하게 전개된다는 사실을 보강해주는 정도의 역할에 그치고 있다. 제목을 보고 이 글에 끌린 독자라면 영화이기 때문에 생기는 이미지의 왜곡과 현실 세계에서는 발견하기 힘든 미묘하고 날카로운 인식의 차이를 이번 글에서 확인하고 싶었을 것이다.

 
추천작 2: 한성부의 ‘작은 일본’, 진고개 혹은 본정 : 19세기 말 ~ 20세기 초, 한성부 일본인 거류지의 공간과 사회

 

이 글은 개항이후 1910년 국권이 피탈될 때까지의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서울의 일본인 거류지가 확대, 성장해가는 과정을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즉, 1880년 최초로 일본의 공사관이 서대문밖 청천정에 설립된 시기부터 임오군란과 갑신정변의 과정에서 수차례 공사관이 도성내외를 옮겨 다니는 시기까지를 초기 단계로 보고, 1885년 주동에 공사관이 자리를 잡은 이후 1894년 청일 전쟁의 발발까지를 제1시기, 청일전쟁 이후 러일전쟁의 발발까지를 제2시기, 그리고 이후 한일합방까지를 제3시기로 나누어 살펴보고 있다. 제1시기가 이후 자리를 옮기지 않고 남산 북록에 영구적인 일본인 거류지의 중심이 정착하는 과정이었다면, 제2시기는 남대문로로 거류지를 확장하고 교육, 통신, 경찰, 의료, 경제 등과 관련된 주요 근대적 제도와 도로와 상하수도 등의 주요 도시기간시설을 설치하는 시기, 그리고 제3시기는 거류지를 더욱 확장하여 동쪽으로는 묵정동에 신정을 개발하고, 남쪽으로는 용산 일대에 거대한 신거류지를 조성하는 시기로 특징지을 수 있다.

이 글은 이처럼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쳐 서울 내 일본인 거류지의 확산과 성장과정에 대한 광범위한 내용을 충실하게 조사하고 매끄럽게 정리한 점이 돋보인다. 동시에 역사적 분석에 필요한 이론적 틀이 약하고 서술적인 내용으로 일관한 점이 약점이다. 그런 면에서 이 글은 처음부터 논문이라기 보단 책에 더 적합한 원고라고 할 수 있고, 이 심사가 논문의 심사가 아닌 출판용 원고를 고르는 일이라면 문제가 안 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논쟁적이며 또 미련이 남는 부분이 7장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이다. 가령 7장1절에서는 초기 이주자의 출신과 배경을 두고 이들이 행하였던 일상생활과 서울 내 일본인 거류지에서 선보였던 근대적 도시 시설과를 구분하여, 메이지 문화와 메이지 문명을 나누어서 해석하고 있다. 흥미로운 내용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었지만 더 이상으로 진전되지 않고, 목욕탕의 사례에서와 같이 어떤 곳에서는 구래의 일본 문화로 어떤 곳에서는 근대적 편의시설로 섞어서 보고 있다. 더 나아가 같은 장의 두 번째 절에서는 결국 서울 내 일본인 거류지의 근대적 성격은 서구의 근대도시와도 다르고 일본의 근대도시와도 다른, 한국, 서양, 일본의 혼종적인 것이라는 다소 평이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러한 결론은 한국의 식민도시가 가졌던 세 가지 바탕 즉, 역사도시가 가지는 재래의 틀과 일본의 근대가 가지는 서구 근대의 번안물로서의 이중성이 결합된 당연한 일이 아닌가.

같이 후보로 올라온 “종로”에 대한 연구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일차 자료의 해석에는 자료의 생산 배경을 고려한 비판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는 점을 환기하고 싶다. 외국인의 기행기, 거류민단의 주장, 민족지의 논설은 모두 자신의 경향성을 가지고 있으며, 심지어 통치기구의 자료 이용에 있어서도 충분한 주의가 필요하다. 역시 7장에서 간략히 다루고 그쳤지만, 동 시기 한성부 전체의 상황과의 비교가 보완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추천작 3: 근대 서울의 도시사–상업 공간(종로)의 변용

 

이 글은 서론과 결론 외에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역사도시 서울의 개발사를 종로를 중심으로 개항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 간략히 다루고 있다. 1장에서는 [조선왕조실록]을 통하여 시전의 단계별 성립과정을 다루고 있다. 2장은 종로를 포함하여 도시 전역에서 일어나는 도로와 도시 시설의 설치에 관련한 내용을 신문기사를 통하여 조사하였다.

제2부는 1920년대 초부터 1940년까지 종로의 변화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구체적으로 3장은 제도로서의 도로의 변화, 4장은 가로변 저층건물 제한과 가로등의 설치, 5장은 야시의 설치, 6장은 종로변 지주의 변동과 상점의 분포 변화를 다루고 있다. 이 가운데 3, 4, 5장은 주로 신문의 기사를 인용하고 있고, 6장은 [경성관내지적목록]과 [경성상공명록]을 주된 자료로 삼고 있다. 특히, 6장의 자세한 조사 내용은 종로변에 위치하였던 각 상점들의 변화 내용을 소상히 다루고 있다.

제3부에서는 역시 신문기사의 조사를 통하여, 공원과 종로 등 중심가로에서 일어나는 대규모 행위를 다루고 있는데, 7장에서는 공원 일반에 대하여, 8장에서는 파고다 공원에 대하여 정리하였고, 9장에서는 1915년 경복궁에서 열렸던 물산공진회, 어린이날 행사, 관제묘 위패 봉안행사, 석가탄신일의 관불회 행사 내용을 정리하였다.

전체 9장 가운데, 1장과 6장을 제외한 나머지 7장은 신문기사를 중심 자료로 삼고 있고, 종로를 중심으로 하지만 2장, 3장, 4장, 7장 등은 다른 지역의 내용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자세한 자료의 검토가 돋보이지만, 이 글이 가지고 있는 약점 또한 적지 않다. 우선 이 글은 많은 경우 신문기사의 일차적인 분류와 해설에 그치고 있고, 때에 따라 행해진 역사적 평가와 해석은 신문이 갖는 한계에 대해 충분히 비판적이지 않아서 위험하다. 그것은 식민지에서 발간된 신문이 갖는 의도적인 경향성은 물론, 전언을 위주로 하는 신문기사가 갖는 비의도적인 오류의 가능성을 포함한다. 따라서 신문기사를 학술 논문에 이용할 때는, 그것이 당대인, 혹은 편집인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 아닐 때에는 다른 자료와 충분히 교차 분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이 글의 6장이 돋보이는 것은 충분히 객관적인 자료를 이용하여 그것을 지도에 대입하여 공간화 하는 작업을 거쳤기 때문이다. 향후 이 글이 한 권의 책으로 묶어지려면, “신문기사를 통하여 본 식민지시기 종로의 변화”로 제목을 축소하고 불필요하게 들어가 있는 부분을 생략하여 집중하는 일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상과 같은 독후감을 바탕으로, 심사위원회 석상에서 다른 심사위원들과 종합적인 검토를 진행하였다. 특히 ‘진고개’(추천작 2)와 ‘종로’(추천작 3)를 다룬 두 편의 글을 놓고 장시간 장단점을 서로 비교하는 이야기가 오고갔으며, 최종적으로 서술적 완성도에서 우세한 ‘진고개’를 당선작으로 선정하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최근 도시의 역사를 재구성하는 접근이 여러 곳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근대기 이후의 역사에 대해서는 그 이전 시기에 비하여 훨씬 더 많은 자료, 그것도 훨씬 더 풍부한 시각자료가 있기 때문에 여러 분야에 걸친 연구자들의 광범위한 접근을 이끌어내고 있다. 더욱이 근대기는 ‘기억할 수 있는 과거’ 즉, 오늘날에 가장 가까우면서 오늘과 다른 ‘이웃한 역사’이기 때문에 많은 수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부문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단순히 이랬다더라, 저랬다더라 하는 전언집의 수준을 넘어서는 일이 연구자에게 요구된다. 왜냐하면 역사는 단순히 지나간 사실의 정리가 아닌, 새롭게 쓰여 지고 해석된, 새로운 이야기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중심적으로 검토된 두 편의 원고를 두고 오래 고민한 것은 과연 그 경계를 넘었는가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자료의 분석과 분석의 담론에 남아있는 문제는 향후의 작업을 통해 보완되기를 기대한다.

 

[<와이드AR> 39호, 제6회 심원건축학술상 특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