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심원건축학술상 수상작 당선 소감]

글: 이강민 (건축도시공간연구소 국가한옥센터장)


2010년 가을 일본 기타큐슈에서 개최된 학회에 초대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아시아 각국의 학자들이 모여 해외 건축사 연구의 성과와 과제를 공유하는 자리였습니다. 저는 만 3년 간 베트남 목구조를 연구한 경력과 비교적 젊다는 이유에서 한국 상황의 발표를 맡게 되었고, 한국에서의 아시아 건축사 연구사를 진단하기 위해 지난 활동을 되돌아볼 기회를 가졌습니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에서 아시아 건축사를 연구하는 학자는 많지 않습니다. 나아가 아시아 건축사만을 전공으로 삼는 학자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시아 건축에 큰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는 학자들조차 실제로는 더 많은 시간을 한국에서의 과제와 교육을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연구의 범위가 지역적으로는 가까운 나라들, 즉 중국과 일본의 건축사에 집중되어 있고, 주제로 보아도 한국건축사 연구에 시사성이 높은 분야에 한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 역시 한국건축사 연구자로서 아시아 건축에 접근했던 것이고, 현재도 국가한옥센터장으로서 한옥문화 진흥을 위한 연구사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모든 나라에 대해 전문연구자를 가진 일본건축 사학계를 한때 부러워했던 적도 있었지만, 우리나라 학계에도 희망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모든 아시아 건축 연구자가 동시에 한국 건축 연구자라는 사실은 적어도 한국 건축과 아시아 건축의 긴밀한 관계를 규명하는데 유리한 조건이 되며, 나아가 문명권 차원에서 아시아 건축사를 정리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되리라고 예상합니다.

 

저는 20세기 말부터 21세기 초까지 건축사 교육을 받았습니다. 당시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본격적인 해외 조사연구가 시작되던 시기였고 어리고 들뜬 마음으로 참여했던 해외조사들이 연구지평을 넓히는데 큰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외국을 손쉽게 드나들 수 있게 되면서 개인적으로 다녔던 여행들도 결국 연구의 근간을 이루었던 것 같습니다. 또, 대학원 시절 당대 최고의 학자들에게 수준 높은 건축사 교육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더할 나위 없는 행운이었습니다. 이렇게 좋은 여건에서 공부했음에도 아직 걸맞은 성과를 내놓지 못해 스승들과 선배들에게 죄송한 마음입니다.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고 했었던 공부들을 하나의 방향으로 정리한 것은 사후의 일입니다. 처음에 지도교수님과 한국건축을 유형학적으로 고찰해 본 연구가 3칸×3칸이라는 책으로 출간되고 나서야 구조와 공간의 관계가 어렴풋이 이해가 되는 듯 했고, 한국·중국·일본·베트남을 묶는 아시아 건축사의 연구 또한 박사학위 논문을 제출하고 나서야 조금 더 상이 뚜렷해지는 느낌입니다. 그후 문명이라는 개념에 천착하면서 몇 가지 아이디어를 얻었고 그 결과를 더해 이번 제4회 심원건축학술상 출판 지원사업에 응모하게 된 것입니다.

 

이 모든 과정에 함께 계셨던 분이 지도교수이신 전봉희 교수님이십니다. 천방지축 어린이였던 시절부터 이젠 종종 강의도 한 번씩 할 수 있는 학자가 되기까지 15년이 넘는 세월을 이끌어주셨습니다. 당선소감이라는 글을 적다보니 고마운 분들이 너무도 많이 떠오르지만 이번에는 지도교수님께 우선 영광을 돌리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저술의 기회를 주신 심원문화사업회와 건축리포트 <와이드> 및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 주어진 시간동안 글을 잘 다듬도록 하겠습니다.

 

[<와이드AR> 27호, 제4회 심원건축학술상 특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