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심원건축학술상 수상작 당선 소감]

 글: 서정일

 

한 세대 전 루이스 칸은 한국의 건축계에서 진지한 관심을 끌었던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그때에 비해 많이 잊혀진 건축가지만 우리는 그를 인상적인 기념비적 건축형태와 고유한 예술론을 통해 기억하는 것 같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어서 이해하기 힘들던 그의 건축작업을 직접 체험하고 이해하고 싶은 호기가 박사학위연구로 이어졌습니다. 모교의 학술지원 덕에 8년 전 펜실베이니아대학교를 방문하여 루이스칸 컬렉션에서 1년 내내 칸의 문서와 도면에 파묻혀 있을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그의 건축물과 연구자료들을 살펴보고 관련인물을 두루 만나는 과정이 이 연구의 근간이 됐습니다.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칸이 설계한 서부필라델피아의 밀크릭(Mill Creek) 주거단지가 무참히 철거되는 현장에 당혹스럽기도 했습니다만, 미국인들 스스로도 잊어가고 있는 외국건축가를 왜 탐구하는 그 의의를 연구자 스스로가 자주 물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잊힘으로 인한 거리감은 더 새로운 또는 더 진실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 줄 것이라고 희망을 품었습니다. 국내에서 접하기 어렵던 칸의 기술적 측면, 주변 환경에 대한 충실하고 풍부한 감성이 놀라웠습니다. 아카이브작업을 통해 만난 칸은 제게 충격적으로 새로웠습니다. 훗날의 연구자들을 기다리는 듯 칸의 사무실은 자료를 철저히 잘 정리해 남겨 뒀고, 초보연구자는 자료가 말해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건축가의 생각을 좆으면서, 많은 선입관들을 수정해야 했습니다. 연구의 목표로 설정한 미국현대도시발전의 이해작업은 아카이브 조사 이후로도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또한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연구가 더 확장된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서구전후현대도시사와 건축사에 대한 연구가 두터워지길 소망합니다. 한국과 아시아의 고유한 문제의 역사를 면밀히 추적하는 한편 그 문제의 진원지였던 서양현대도시에 대한 이해를 같이 심화시켜 가길 기대합니다.

 

박사논문에서 미처 충분히 발전시키지 못한 미진한 부분들을 다시 정리할 저술기회를 주신심원건축학술상과 <와이드>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주어진 시간 동안 더 명확한 글이 되도록 가다듬고 싶습니다. 전진삼 대표님을 비롯한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학위논문지도 뿐 아니라 평소 학문적 가르침을 베풀어 주셨던 김광현, 배형민, 이상헌 교수님께 수상을 맞아 각별히 감사드립니다. 김광현교수님의 지도 덕에 칸에 다가갈 수 있었고 이 연구주제를 택할 엄두도 낼 수 있었습니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의 루이스 칸 연구자인 데이빗 브라운리 교수의 감사한 도움도 되새깁니다. 특히 뭉클한 심정이 향하는 곳은 펜실베이니아대학교 건축아카이브입니다. 휘터커 소장을 비롯해 소중한 건축의 자산을 지키는 숨은 조력자들의 도움은 무척 값졌습니다. 자료의 미로를 헤매는 연구자들에게 일상적 대화의 즐거움 속에 값진 정보와 직관을 주던 그곳의 기쁨을 되새기며, 우리에게도 속히 이러한 아카이브들이 만들어 져서 자생적인 학문적 성과를 즐겁게 키워나가길 바라는 마음 끝없습니다. 아울러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의 소중한 동료인문학자 선생님들의 격려에 감사를 표합니다.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과 형난옥 운영본부장님의 격려와 배려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선물로 받은 상은, 가족들, 누구보다도 믿어주는 아내 배현주와 새로 태어난 ‘제현’에게 돌리고 싶습니다.

 

[<와이드AR> 15호, 제2회 심원건축학술상 특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