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심원건축학술상
당선작
“甓甎-우리나라 벽돌건축의 조영원리”_박성형 作
Simwon Architectural Awards for Academic Researcher
[경과보고]
다시 묻겠습니다. 왜 문화사업회를 벌일 생각을 가졌습니까? 뜬굼 없지만 주최자의 확고한 의지를 재차 확인하고 싶었다. 이제 막 첫 번째 항해의 끝을 바라보는 시점에, 동승한 주관처의 장으로서, 우문임을 무릅쓰고 30대 후반의 젊고, 패기만만해 보이는 그에게 나는 공격적으로 다가섰다. 제1회 심원건축학술상의 심사가 끝나고, 심사위원들을 배웅한 뒷자리에서였다.
“사람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지위라면 그것은 명예도 권력도 아니고, 건축주라는 자리입니다. 건축행위의 최고 수혜자는 건축가이기보다 건축주에게 있다고 봅니다. 저는 이미 그것을 경험한 바 있습니다. 건축주에게 최고의 선물을 안겨준 건축가에게 무언가를 돌려드려야겠다는 생각이 이 사업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한 젊은 건축가를 통하여 건축의 세계를 이해하고 건축에 대한 애정을 갖게 된 기업가가 요절한 건축가와의 인연을 회억하며 건축의 인문적 토양을 배양하기 위하여 만든, 속 깊은 후원회가 심원문화사업회(이사장 이태규)다. 사업회가 벌이는 첫 번째 후원사업인 <심원건축학술상>은 건축 역사와 이론, 건축미학과 비평 분야의 미래가 촉망되는 유망한 신진학자 및 저술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마련되었다.
1년 이내 단행본으로 출판이 가능한 완성된 연구 성과물로서 세상에 발표되지 않은 원고를 응모 받아 그 중 매년 1편의 당선작을 선정하며, 당선작에 대하여는 단행본 출간과 저술지원비를 후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1/2차 공모를 통하여 2편의 추천작이 선정되었고, 지난 4월 20일(월) 저녁 최종 심사를 통하여 제1회 심원건축학술상의 당선작이 선정되었다. 당선작가에게는 상금 5백만 원과 향후 6개월 내에 단행본 출간의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
다시 정리하자면, 심원건축학술상은 건축학계의 전문연구자와 건축책의 저자를 희망하는 일반사회의 필자를 대상으로 공모하는 저술기반 민간지원사업으로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한 의미 있는 주제의 석·박사학위 논문이나 출판의 기회를 얻지 못한 건축책의 원고를 발굴하여 시상함으로써 건축인문학의 토양을 배가시키는 데에 1차 목적이 있다.
단언컨대, 사업출범 초기에 겪을 수 있는 대외적인 홍보부족과 사업에 대한 신뢰구축의 미진으로 참여의 폭이 제한적이었던 1차년도 사업수행의 결과치고는 최종 심사에 오른 2편의 추천작이 2차년도 공모의 뜨거운 불길을 예고할 수 있는 수준작이었다는 점에서 운영위원회의 일원으로서 고무된 것이 사실이다.
최종심에 올라온 작품에 대하여는 향후 2년간 계속해서 추천작의 자격을 유지하여, 어렵사리 수상권에 든 원고들을 재론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든 것도 심원건축학술상만의 특징이다. 매년 수준 높은 연구 성과물들을 집적하는 효과와 함께 본 건축학술상이 이벤트성 보다는 목적지향성의 사업이라는 본래의 의미를 견고히 할 수 있게 되었다.
세상에 던져진 잔잔한 파문의 격으로조차 존재의 의미를 찾으며, 단발성이 아닌 지속적인 후원 프로그램으로서 땅 깊숙이 뿌리를 내리는 것에 목표를 두겠다는 주최자의 굳은 의지는 심원건축학술상이 지닌 또 다른 덕목이다. 처음, 4인의 운영위원회를 구성하면서 각 위원들과의 대화를 통해서도, 또한 운영위원 참여 확답의 자리에서도 이것에 대한 주문은 이어졌다. 거기에는 이 같은 프로그램의 태동의 의지 이상으로 지속성이 더욱 중요하다는 의지로 모아졌던 것이다.
심사결과 첫 번째 당선작의 향방이 한국건축사를 되돌아보는 연구물에 시선이 닿았지만 심원건축학술상의 본령은 ‘건축 역사와 이론, 건축미학과 비평 분야’ 전 영역에 걸친 우수한 저작의 성과물들을 향하여 열려 있다. 매년 전문 분야 추천작 간 불꽃 튀는 심사가 기대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만큼 심사위원회를 겸하는 운영위원 시스템은 그 자리의 도타운 의미 이상으로 힘들고, 어려운 자리가 될 것임에 분명하다.
금번 제1회 심원건축학술상의 최종심사는 ‘3인 위원회’(배형민, 안창모, 전봉희)로 구성하여 추진하였다. 수개월에 걸친 추천작의 독회를 끝내는 순간, 운영위원회는 당선작 발표 후 학계와 세간의 반응에 대한 긴장감과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오를 수 있었다. 이제껏 누구도 가지 않은 길 위에 서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한 1년이 그렇게 흘러온 것이다.
글: 전진삼_본지 발행인, 심원건축학술상 운영위원
[<와이드AR> 9호, 제1회 심원건축학술상 특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