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이 궁금합니다

[신은별_2기]

 

 

누군가를 만나는 것, 사랑하는 것, 깨우쳐 가는 것을 함께 한, 지나오면 그때뿐일 되돌릴 수 없는 시간들을 나눈 사람들.

우리의 각자는 책과 같아서 우리가 살아온 이야기들이 그 속에 한 장, 한 장 쌓여 가는데, 어떤 이는 제목과 겉에 쓰인 것만 보고 판단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보고 싶은 부분만 골라 보기도 하고 어떤 이는 정독을, 어떤 이는 한 번에 여러 책을 다독하기도 한다. 내용은 변치 않고 기록은 바뀌지 않지만 읽는 이마다 각자 다르게 생각하고 저마다 다양한 의미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그런 의미로 볼 때, 이전의 나는 누구나 읽고 싶도록 눈에 띄는 자극적인 문구와 함께 겉에만 치중했다. 속 빈 강정과 같은 시간 속에서 내 모호한 정체성이 방황하는 삶이라 치부해 버렸다. 하지만 이제는 애써 노력해서 겉치장하려 하지 않고 과장된 표현으로 채워 나가려고도 하지 않는다. 나란 사람이 좋으면 곁에 가까이 하고, 두고두고 볼 것이며 다른 사람에게도 알려주고 아껴줄 테니까. 이 변화의 계기에는 이들이 함께 있었다. 어느새 모난 나를 부드럽게 만든 데에는 우리가 나눈 특별한 것은 없지만 놀라웠던 시간들이 있다.

이런 각각의 책이 한 주제에 맞춰 한 시기에, 한 데 모인 적이 있었다. 저마다 성별도 학교도 자라온 환경도 성격도 다 달랐지만, 신기하게도 서로에게 모자란 부분 없이 서로를 한 장 씩 넘길 때마다 감동하고 기뻐했다. 인생의 자리가 정해지지 않은 시기에 만나 밤새 고민도 나누고 웃고 떠들며 그 시간을 함께 지나올 수 있었다. 각자의 장에도 우리가 함께한 순간들이 남아, 화려하지 않지만 존재감 있게 한 구석에 묵직하게 자리 잡았다. 3년이란 시간이 흘러 지나가는 중이지만, 그 기억과 시간의 기록들 덕분에 지금에도 바로 어제 만난 사람처럼 우리의 모습은 2011년 그때 그 모습으로 돌아가 그 열정과 활기로 앞으로 계속될 시간들에 서로 즐거워하며 더욱 풍족하게 다른 장들도 채워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이 인연들이 처음부터 정해졌던 것처럼 때로는 너무 익숙하고, 놀라우며 감사해서 내 인생에 이런 멋진 장면들과 구절들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 갈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벌써 1기, 2기, 3기, 4기, 5기 축적된 시간동안 다양하고 멋진 사람들이 모여 《와이드AR》의 책장을 채워나가고 있다는 사실에 뿌듯하고 앞으로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나가고 어떤 모습으로 공유할까 기대된다. 부족하지만 다양한 가능성과 에너지를 갖고 있는 우리에게 서로 한 데 모여 목소리와 색을 낼 수 있게 해 주신 전진삼 소장님과 저널리즘스쿨 및 《와이드AR》 관계자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글을 맺는 이 순간, 지금까지의 우리와 앞으로 시공간에 채워질 수많은 당신들이 궁금하다!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고, 서로 사랑하고, 함께 깨우쳐 가는, 그때뿐인 되돌릴 수 없는 빛나는 시간을 나눈 사람들이니까. 당신을 사랑합니다.

 

[신은별, 2011, ‘아모르 화티(amor fati), 내 삶과의 연애’, 저널리즘스쿨과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