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는 여러 순간

[황지희_7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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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할 시기에 시작한 설계사무소 일은 불과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스스로 의문이 들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단순업무를 위해 4년의 세월을 학교에서 쏟아부은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후에 들기 시작한 생각은 학창시절 가볍게 접해오던 건축잡지라는 새로운 영역이었다. 학교 선배를 비롯해 교수님들은 시공, 설비, 구조라는 건축공학에 맞춰진 시점으로 장래를 말씀하셨고 반면 잡지사 혹은 글을 쓰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접한 적은 없었다.

미개척지인 잡지사의 길을 어떻게 탐구해 갈 수 있을지 모색하던 중 저널리즘 스쿨 7기 모집 공고는 잘 맞아떨어진 기회며 스스로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시작은 호기심에 끌려 열정적이었지만 이내 몇 달 동안의 과정은 불편했다. 나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온 부분, 취약하고 미약했던 부분과 마주했기 때문이다.

건축의 어떤 것을 배워온 것인지 허무함이 들었지만 잘 못 배운 것이 아닌 작은 일부분을 살펴봤단 생각이 들었다.

주어진 일을 수행하는 데 노력해온 경험은 있지만, 잠재적으로 필요할지도 모르는 일을 하는 움직임을 살펴보면 인식을 못 하거나 귀찮은 마음이 있었다.

졸업 직후 방황하고 있는 나에게 해결방안을 찾는데 앞서서 자발적인 태도가 부족했다는 반성의 순간이었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또 한 번의 불편함이 찾아 왔다. 즐긴다고 생각했지만, 타인에게 보이는 글을 쓴다는 것에 압박감이 들었다. 스스로조차 자신감과 확신이 없는데 글로 무엇을 담아내는 일의 부담감과 평가, 판단, 비평하는 배짱과 용기 부족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다.

나의 성격과 성향에 맞지 않는 것을 쫓아야 하는지 생각이 들었지만, 감정을 첨가하지 않고 관찰한 사실만을 표현한 객관적인 글이 독자에게 어떤 글보다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 준다는 강사님의 말씀이 위안이 되었다.

 

건축이라는 큰 범위에서 일하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소통과 수업 과정은 취약점과 장단점을 구분하게 되었고, 이후 뻗어 나간 생각을 통해 잊어버린 목표를 세울 수 있었다.

이전까진 주체성 없이 건축을 대했다면, 무엇을 위해 건축을 하겠다는 생각이 내 안에서 자리를 잡아 갔다.

불현듯 갑자기 설정한 목표는 아니다. 과거에 수행해온 행적을 살펴보면서 은연히 표출되고 있었지만 감지하지 못했다. 수업 마지막 단계에서 마주한 ‘행복’이란 주제의 연속 글쓰기가 흘려버린 생각을 정리시키고 명확하게 하고 싶은 것을 다잡게 해줬다.

 

글을 쓰는 습관을 보면 주로 부정적인 상황일 때가 많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상황일 수 있다고 본다. 의구심이 들거나 개선을 방향을 찾거나 답답함을 해소하고자 할 때 생각이 순간의 생각에서 멈추지 않고 글을 통해 생각이 깊이 있게 되고 다른 면을 이끌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