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규_4기]
건축은 삶의 기본요소인 의식주(衣食住)중에 주(住)를 만들어 내는 학문이다. 사람들이 먹고, 자고, 생활하는 대부분의 공간은 건축가들이 설계한 장소에서 이루어진다. 건축가가 되기 위해선 건축학 전공 5년제 대학을 나와 실무경력을 쌓고 난 후 건축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아야 한다. 그 후 일련의 시험을 통해 10%도 안 되는 합격선을 간신히 통과하고 나서야 비로소 한국에서 보란 듯이 건축 설계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기나긴 과정의 끝에 만나게 되는 건축가의 위상은 사회에서 알아주는 사람이 되기보다, 경쟁에 밀리지 않으며 생존을 위해 더욱 더 치열하게 삶을 살아야 되는 책임이 부여된다.
문제는 이 같이 고단한 과정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건축설계에 대한 자신감의 부족으로, 건축을 배우기 위해 남들보다 1년을 더 다니는 5년제 대학을 선택해 들어온 건축학도들은 고학년에 이를수록 고민이 깊어지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대학은 최후의 생존자 10%를 위한 건축가 직업양성소가 되어 건축설계과목을 대폭 강화하여 설계 이외의 과목을 소홀히 하게 되었고, 건축가이기를 포기한 대부분의 건축학도들은 뒤늦게 전혀 다른 길을 찾아 헤매게 되는 것이다.
나도 이러한 생각을 가진 사람 중에 한 명이었다. 건축, 특히 국내 현대건축의 생태계에 대하여 관심이 컸던 상황에서 나 또한 단순히 건축사사무소로 진로를 정할 것인가? 아니면 어떤 다른 영역이 있을까? 라는 공통의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대학원 논문자료 조사를 위해 다양한 자료를 수집하는 도중 격월간《와이드AR》을 읽게 되었고, 책을 통해 저널리즘스쿨을 알게 되었다. 전문가의 지도하에 글쓰기를 익히고 건축의 다양한 영역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을까하는 생각으로 지원하였다.
처음엔 단순 호기심으로 시작한 저널리즘스쿨 수업에서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 생각의 폭을 넓히게 되었다. 덕분에 단순히 건축설계로 진로를 결정하는 것 이외에도 수많은 방법이 있을 거라는 확신이 끼어들었다. 특히 이 스쿨에 참여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한국현대건축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은 사람들이고, 강사로 참여한 다양한 분들과 인맥을 쌓을 수 있는 과정을 통해 짧은 시간에 수많은 건축 관련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건축을 단순히 학문으로 접근하기보다 문화적 관점으로 접근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결국 나는 수료 즈음에 매주 건축답사를 다녔던 대학에서의 경험을 살려 건축여행 관련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물론 이 사업은 국내 건축 D/B가 오픈 소스로 되어있지 않아 제대로 실행해보지 못했지만 ‘국내 현대건축 데이터를 활용한 홍보 및 판매’라는 아이템으로 정식 사업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현재는 <마실와이드>라는 이름으로 국내의 여러 건축가들을 해외로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배경에 저널리즘스쿨을 통해 알게 된 소중한 사람들의 조언과 격려가 힘이 되고 있다.
[김명규, 2013, ‘아모르 화티(amor fati), 내 삶과의 연애’, 저널리즘스쿨과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