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주 투 파파
지난여름 가톨릭의 교종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나라를 방문하였다. 교황은 즉위 때부터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찾아 함께 아파하고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행보를 이어가 전 세계가 이를 반겼다. 때마침 우리나라는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면에서 나아갈 방향을 잃고, 여러 가지 사건들로 아픈 마음을 치유해 나갈 동기가 필요했다. 4박5일의 짧은 기간에 교황은 종교적인 관점을 제쳐놓고 보더라도 우리 이 시대에 필요한 많은 말을 남기고 갔다. 그 중 내 마음을 두드린 말이다.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짓누르는 물질주의의 유혹에 맞서, 그리고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 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우기를 빕니다.”
아! 그렇지! 물질적인 가치 체계 말고 또 다른 가치 기준도 있지! 모든 것이 물질적인 가치로만 평가되는, 그래서 물질적인 이득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지금 우리 사회를 질타하는 말이었다. 도덕적으로 부당해도 이득만 많으면 면책되고, 극단의 이득을 위해서는 남을 짓밟고, 동료들끼리도 경쟁을 시켜 서로 싸우게 하는 우리 사회에 교황은 다른 가치도 있다는 것을 깨우쳐주고 싶었나보다. 굳이 멀리 볼 것 없이 우리 건축계는 어떤지, 그 안에 있는 나는 어떤지 되짚어 봐야겠다 싶었다. 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수주한 일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가치를 둔 곳은 어디였나? 그저 돈벌이였나, 건강한 환경을 만드는 데에의 동참이었나를 생각해봐야겠다. 일을 따기 위해서 경쟁자를 따돌리려고 반칙의 지름길을 택하지는 않았는지, 일을 수행하면서 부당한 이득을 위해 적당히 타협하지는 않았는지를 되짚어봄에 부끄러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일으키고 이기주의와 분열을 가라앉히기 위해 나부터 변화해야겠다.(사진제목: Hommage au Pape)
글, 사진_임근배(간향클럽 대표고문, 그림건축 대표)
[<와이드AR> 41호, 2014년 9-10월호]